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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장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물밑 신경전이 시작됐다. '알짜 상임위'를 차지해 슈퍼 여당에 날개를 달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래통합당 간 치열한 수싸움이다. 21대 국회 원내교섭단체는 다음 달 8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쳐야 한다.

177석 거대 여당으로 재탄생한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회를 확보해 속도감 있는 입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위 '알짜배기' 상임위로 꼽히는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직을 미래통합당에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전체 18개 상임위원장을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데 민주당은 11∼12개, 통합당은 6∼7개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선 예결위와 법사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예결위는 1순위로 꼽힌다. 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에게 발목을 잡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 심사 등이 지체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례상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도 검찰개혁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최종적으로 본회의로 넘기기 직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갖는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의 위헌 여부 △타 법률과의 충돌 △용어의 적절성 등을 따지는 과정인데, 종종 상대 정당의 쟁점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해왔다.
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는 우리가 여당일 때(17대) 야당에 양보해 야당이 갖는 것처럼 돼 있다"며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두 상임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토위와 산자중기위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안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아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더라도 상임위 운영이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역 이슈를 다루는 알짜 상임위라는 점에서 일종의 '당근'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검찰 개편이나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슈 대응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 의석수가 103석(미래한국당 19석 포함)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법사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여 견제카드가 부족한 실정이다. 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예결위원장 역시 "정부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이라며 반드시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태년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섭단체(20석) 지위 확보를 검토하는 미래한국당에 대해 "교섭단체로 인정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욕만 먹고 실리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상임위원장을 배정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 내 중진인 통합당 소속 4선의 김기현 남구을 당선인과 3선의 이채익 의원(울산 남국갑)이 자신들이 원하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21대 국회 전반기 같은 지역출신 2명이 한꺼번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원장은 선수, 연령, 지역안배 등에 따라 교통정리한 뒤 전·후반기로 나눠 위원장을 맡는다. 다만 경쟁자가 나타날 때는 의원총회에서 경선으로 선출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 출신 2명 상임위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기현 당선인은 여야 원내교섭단체 협상이 어떻게 끝날지 미지수인 가운데 법사위를 노리고 있다. 이채익 의원은 자신이 산자위 간사를 역임한 만큼 산자위원장에 도전한다.

먼저 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직을 사수한다면, 4선 고지에 오른 김기현 울산 남구을 당선인이 법사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최근 통합당 원내대표에 출마해 낙선한 변호사 출신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인의 의중이다. 4선의 권 당선인이 법사위를 희망하면 다선인 만큼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에 통합당이 법사위 사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이 의원의 산자위원장 도전은 유효하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통합당이 산자위원장 사수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관건은 인기 상임위인 만큼 이 의원이 3선 이상 당선이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압도하느냐에 있다. 통합당 전체 3선이상 중진은 모두 24명. 4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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