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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악화와 유가 급락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가장 내실있는 기업으로 꼽혀왔던 에쓰오일이 공식적으로는 업계 최초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 올 1분기 영업손실 1조73억 창사 이래 최대 적자
14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 전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공지는 5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직원(생산직 제외)을 대상으로 이달 2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에 대해 60개월의 임금을 미리 지급하는 보상안도 담겼다. 에쓰오일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울산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울산 사업장과 서울 본사 직원을 모두 합치면 1,400여명으로 이 가운데 희망퇴직 대상자는 400여명이다.  

에쓰오일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에쓰오일이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 "장치산업 특성상 인건비 비중 크지 않아"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만 1조7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악화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실적에 직격타를 입은 탓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이번 희망퇴직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게 회사측 입장이다.  정유업계의 글로벌 경기 악화를 감안해 에쓰오일은 지난해 이미 희망퇴직 정책을 검토해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장기근속자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지원하고 젊은 인재들에게는 성장기회를 제공해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활력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장치산업의 특성상 인력이 많지 않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매출의 1%에 그치는 정도라서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경영악화 때문에 희망퇴직을 단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일시적 경영악화 따른 희망퇴직 단행 아냐"
에쓰오일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18년 기준 1억3,760만원으로, 직장인 평균 연봉 3,634만원의 3배가 넘는다.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병원비 및 건강검진이 지원되고, 자녀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비가 지원되는 등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직원 수 3,200명의 평균근속연수는 17년이다. 나머지 정유회사의 경우 SK이노베이션 9.3년, GS칼텍스 14.5년, 현대오일뱅크 13.8년 등이다. 덕분에 에쓰오일의 직원 평균근속연수는 국내 정유업체 4곳 가운데 가장 높다. 

이처럼 정유업계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으로 꼽히던 에쓰오일이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정유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영 사정은 다른 정유사도 마찬가지여서다. 

올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은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현대오일뱅크 역시 5,63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 역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이들 정유 4사는 1분기에만 4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직원에 대한 처우와 복지가 좋은 곳이다"며 "정유업계 불황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SK 등은 소폭이긴 하나 이미 비공식적으로 수시 희망퇴직을 진행온 상황이다보니, 에쓰오일의 이번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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