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울부경 '납품가 기습인상' 논란
하이트진로, 울부경 '납품가 기습인상' 논란
  • 하주화 기자
  • 2020.05.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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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판매 16.9도 참이슬 전국 확대 과정
출고가 비싼 17도 제품 도수낮춰 공급 결정
소매판매점 "일방적 변경에 마진 손해" 반발
일부 업주들 상품 교체 후 불매 움직임까지
진로 "감미료 등 추가 생산단가 상승 불가피"
하이트진로가 울산 지역시장에 공급해왔던 '참이슬 16.9' 와 수도권에 납품해 왔던 '참이슬 후레쉬' 사진
하이트진로가 울산 지역시장에 공급해왔던 '참이슬 16.9' 와 수도권에 납품해 왔던 '참이슬 후레쉬' 사진

울산을 포함한 영남권 소주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기습 가격 인상' 논란을 빚고 있다. 지역시장에 한해 공급해왔던 '참이슬 16.9'를 단종하고, 대신 가격대가 높은 '참이슬 후레쉬'를 납품하자, 지역 업주들이 가격인상 저항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 영업'이라고 꼬집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하이트진로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16.9를 단종하고, 대신 17도인 참이슬 후레시 도수를 16.9도로 낮춰 공급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 측이 그동안 울산과 경남, 부산 등 영남권에 한해서만 판매해왔던 참이슬 16.9는 후레쉬 출고가보다 병당 9.4원 낮게 공급됐다. 그런데 이번에 제품이 교체 됨에 따라 1병당 출고가가 1,071.8원인 '참이슬 16.9'를 구매하던 지역 업주들은 출고가가 1,081.2원인 '참이슬 후레시'를 구매하게 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주류 도매상들의 경우 30병 들이 100박스를 구매할 때 지불해야할 대금이 종전에는 321만5,400원이었던 것이 324만3,600원으로 2만8,200원 증가하게 됐다. 지역 도매상들은 하이트진로측의 이번 조치가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에서 주류 도매상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17도가 넘는 '참이슬 후레시'를 단종시키고 가격이 낮은 '참이슬 16.9'로 제품을 통일하는 방안을 두고, 원래 저도주였던 제품을 단종시키는 대신 이보다 비싼 제품의 도수를 16.9도로 낮춰 제품라인을 통일시킨 건 상식선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통상 소주의 도수가 내려가면 주정값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도수를 낮추면서 비싼 가격은 그대로 받게 되면 그 차익이 고스란히 주류회사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참이슬 공급을 중단한 경남지역 업소가 손님들을 위한 양해문을 입구에 내걸었다. 독자 제공
참이슬 공급을 중단한 경남지역 업소가 손님들을 위한 양해문을 입구에 내걸었다. 독자 제공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 악화를 이어가고 있는 소매 판매처는 당연히 부담이 더 커졌고,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구에서 소규모 포차를 운영하는 하 모 씨는  "주류 가격 인상 시 도매상과 주요 거래처에 가격 변경을 사전 안내해야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설명도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며 "납품받는 단가는 올랐지만, 사정상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기 때문에 마진 손해를 업주들이 전액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하이트진로는 전국 소주시장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2019년 매출 2조가 넘는 대기업인데, 지역 상권과의 교감도 없이 제품을 변경하고 선택권 조차 주지 않은 것은 공룡기업이 지역 소상공인을 무시한 처사"라며 "울산의 주점들 상당수는 현재까지 '참이슬 16.9'의 재고를 납품 받고 있다. 제품이 교체되고 납품 단가가 상승하게 되면 곧바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울산보다 먼저 제품이 깔리기 시작한 경남지역에서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부 업주는 가계 입구에 안내문을 내걸고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에서 공급단가까지 일방적으로 인상한 참이슬 구매를 일시중단하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공지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브랜드 재정비를 진행하면서 제품을 전국적을 통일하려 했을 뿐이지 가격을 인상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정세영 하이트진로 홍보팀 차장은 "처음엔 영남지역에서 유독 저도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별도로 제품을 판매하다가 저도주 선호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에 맞춰 도수를 16.9도로 통일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단지 도수만 낮춘 것이 아니라 감미료도 추가해 생산단가가 올라갔지만 기업의 영업기밀이라서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리뉴얼 할 때 의무적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물어야하는 것은 아니니, 앞으로도 이번 사안에 대해 구매처들과 협의할 의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 소주 시장에서는 참이슬이 15%를 점유하고 있고, 동남권에서는 50%를 차지하고 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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