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는 대부분 텃밭에 가서 풀을 뽑아내는데, 풀에는 무슨 힘이 숨어있는지 다음에 가보면 또 가득 자라있습니다. 그 힘을 기다림의 힘이라고 표현한 청개구리에서 출간한 김옥애 선생님의 두 번째 동시집 '일 년에 한 번은'을 '동시 자전거 타고 동화 마을 한 바퀴'에 소개할 책으로 정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돼서 오월 꽃향기 가득한 텃밭에서 패랭이꽃을 꺾어와 꽃병에 꽂아두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여기 좀 봐 주세요
담벼락 아래
혼자 자라난 풀이지만
아무도
눈길 주지 않지만
나도
일 년에 한 번
이렇게
향기로운 풀꽃을 피웠습니다.

- '일 년에 한 번은' 전문

기다리면 일 년에 한 번은 꼭 꽃을 피운다는 책 제목이 된 동시에서처럼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잘 극복해서 행복 바이러스인 꽃이 꼭 필 것이고 그 향기가 모든 아픔을 치유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뿌리, 풀씨, 감꽃, 산벚꽃, 고향, 올챙이, 제비 가족 등 동시 제목에서부터 흙의 냄새가 가득 풍겨옵니다. 김옥애 선생님은 동화로 아주 유명하고 많은 상을 받으셨지만, 동시도 큰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넓은 품으로 따뜻하게 우리를 품어줍니다.

시간은 놀다 가는 게 아닌가 봐
내 키도 키워 놓고
내 발도 크게 만들어 주고
친구 미워한 마음도 잊게 해 주고
창밖 나뭇잎도 물들여 주고
시간은 놀다만 가는 게 아닌가 봐.

- '시간은' 전문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 동시를 읽으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 떠올라요. 지금은 주름살도 그만, 나이도 그만, 시간아 제발 놀다만 가라고 하고 싶어집니다. 2012년 봄에 제가 텃밭을 시작했을 때 이랑 하나에는 작물이 아닌 여러 가지 꽃을 심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내는 주위에서 봐줄 사람도 없는 텃밭에 꽃을 심는다고 핀잔을 주었지요.
지금도 텃밭에 봄까치꽃이나 광대나물꽃, 민들레, 쇠별꽃같이 꽃이 피는 풀은 잘 뽑지 않아서 텃밭이 풀밭 수준이지만, 그 풀꽃들과 함께 행복하게 작물을 가꾸고 있습니다.
김옥애 선생님의 '일 년에 한 번은'에 실린 동시에는 이처럼 따뜻한 흙의 마음이 시냇물처럼 흘러 태어난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이 동시집을 통해 마음의 텃밭 하나씩 가꾸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