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근용(知恥近勇) - 며칠 잘 버티니 국회의원 됐네요
지치근용(知恥近勇) - 며칠 잘 버티니 국회의원 됐네요
  • 울산신문
  • 2020.05.3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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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사자독해]

이재명이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재심 움직임을 응원한다는 글 때문이다. 관종(관심종자)다운 처신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부 부패 검찰의 범죄 조작은 지금도 계속 중"이라며 "검찰 개혁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심 운동을 응원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와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현직 법무부 수장인 추미애 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과거 뇌물수수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두 번이나 밝혔다. 

한명숙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다. 그는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전직 국무총리 가운데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혐의 내용을 보자. 건설회사 한신건영의 전 대표인 한만호로부터 2007년 3월~5월, 8월~9월 총 3차례에 걸쳐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건이 핵심이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판결했으나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1심이 무죄였던 것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한신건영 대표이사 한만호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1심 재판에서는 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공판 과정에서의 증언을 배제하고 검찰 수사 기록과 전 국무총리 한명숙의 여동생 한 모 씨가 전세 자금에 정치자금으로 제공되었던 수표를 사용한 정황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이 부분이 인정됐다.

사람들은 기억한다. 재판 때마다 백합 몇 송이 들고 나온 지지자들이 법원으로 향하는 한 전 총리를 향해 무죄를 주장했던 시간. 백합의 향기에 취해 판사님들이 백옥같이 하얀 자신들의 우상을 무죄로 풀려나게 해달라는 함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 당장 사면 1호가 한명숙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대통령은 지난번 특별사면에서 한명숙의 이름 석자를 사면명단에서 뺐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대법원 판결을 뭉개는 작업에 진보세력이 총동원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아래서 벌어진 숱한 범죄나 비리는 수구 보수세력의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177석의 힘과 20년 집권 플랜과 함께 입법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까지 움켜쥐겠다는 계획이 되어 있어 보인다. 

이번에 벌어진 윤미향 사건에서 그런 조짐은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윤미향은 결국 국회의원이 됐다. 조마조마하게 당선자 신분을 유지하던 그는 며칠을 잠행하며 여론의 칼끝을 피했다. 어떻게 얻은 국회의원 배지인데 70%가 반대한다고 여론따라 굴복할 수 있단 말인가. 며칠만 버티면 되는 일이기에 두문불출 잘도 견뎠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날, 진땀을 뻘뻘 흘리며 읽어 내려간 해명문으로 통과의례는 끝났다. 이제 가문의 영광이자 4년간 짭짤한 수입과 특혜가 보장되는 여의도 신입 직장인이 되고야 말았다. 참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일부에서는 아픈 역사적 기억을 가진 위안부 운동이 일부 운동권 인사들의 정치권 입문을 위한 경력으로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정도는 양념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국민의 70%가 자신의 국회의원직 수행에 반대를 해도 뒷배가 든든하니 무서울게 없어 보인다. 실제로 윤미향 국회의원은 며칠의 잠적기간을 끝내고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에 관한 각종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또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씨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그런적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윤 당선자는 정의연(정대협)이 그동안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을 세 차례 진행했는데, 이를 모두 피해 할머니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장소인 '안성쉼터'(안성 힐링센터) 매입과 관련해 시세보다 4억 이상 비싸게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윤 씨는 또 △2015년 한일합의 내용 미고지 △남편 신문사를 통한 부당이익 △본인명의 계좌를 이용한 후원금 편취 △자녀 유학자금 등 의혹을 모두 다 부인했다.

해명 기자회견이 끝나자 여론은 더 나빠졌다. 버티기식 회견, 뻔뻔한 회견이라는 평이 이어졌지만 자신의 뒷배는 여전히 견고하다. 바로 그 지점이 윤미향 국회의원이 믿는 구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굴복해선 안된다"는 특명을 내리고 버티면 살려준다는 암시까지 했다. 이 쯤되면 버티는 쪽은 힘이 난다. 실세가 밀어주는데 어떤 죄도 무죄로 둔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법 하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과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용수 할머니는 두 차례 기자회견으로 너무나 많은 시민운동의 민낯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한 돈벌이 주장은 아프다. 특히 작고한 김복동 할머니를 이용해 먹었다는 진술은 국민적 공분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고 김복동 할머니는 한쪽 눈이 실명인데 할머니를 미국으로, 어디로 고생시키고 끌고다니며 이용해 먹었다고 증언을 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그래놓고도 뻔뻔스럽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건 가짜의 눈물"이라고 치를 떨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야기 한 고 김복동 할머니가 누군가. 김 할머니는 정대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정대협은 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녀를 내세워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실제 우간다 김복동센터는 기부금을 모은 뒤 무리한 착공을 시도하다 결국 무산됐고, 김복동 장학금은 정의연 관련 활동가 자녀들만 혜택을 봐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영화 '김복동'도 정의연이 배급사도 모르게 해외 상영료를 모금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여러 의혹의 본질은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난을 친일세력의 음모, 보수언론의 모략 쯤으로 매도하는 사실이다. 문제가 터지고 여론이 악화되면 진보와 보수, 친일과 반일,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구도다. 원조 진보격인 진중권이 입을 열었다. 윤미향 국회의원의 기자회견을 본 뒤 페이스북에 자신을 '어느 토착왜구'라고 소개하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여권이 윤미향 씨를 비판하는 이들을 두고 친일세력, 토착왜구라고 공격하는 것을 맞받아 친 셈이다. 진 전 교수는 "(윤미향의)해명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수사에서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윤미향씨에게서 운동의 주체를 동원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저 스스로 권력으로 화한 시민운동권의 추악한 모습을 본다"며 "윤미향씨와 그 남편은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를 마치 고령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몰아가며 심지어 할머니가 '목돈'을 원해서 그런다고 비방했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나일강의 악어는 사람을 먹고 난뒤 눈물을 흘린다. 믿거나 말거나다. 그런데 나일강의 악어는 실제로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문제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눈물이다. 의학용어에도 얼굴신경 마비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악어(의)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이 있다. 환자들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과 눈물을 함께 흘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윤미향 국회의원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온몸에 흐르는 진땀과 얼굴에 번지는 물기로 시청자들 조차 땀범벅이 됐다.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악어의 눈물이 떠올랐다. 무슨 연관성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일의 악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먹잇감을 포획하는 장면이 다큐영화를 보듯 스쳐지나갔다. 참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연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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