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만나는 한민족의 뿌리 6
울산에서 만나는 한민족의 뿌리 6
  • 울산신문
  • 2020.06.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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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울산탐구]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울산엔 고고학계 기적이 5번 있었다
고고학을 연구하는 세계 유수의 학자들이 한반도를 주목한다. 바로 아슐리안 주먹도끼 때문이다. 인류의 원시시기라 할 수 있는 전기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주먹도끼문화는 모비우스 학설로 인류의 서열을 정리해 놓았다. 미국의 고고학자인 모비우스(1907~1987 H. L. Movius)는 하버드대 고고학 교수로 1948년 인류의 문명 발전이론을 담은 이른바 '모비우스 학설'을 내놓았다. 그의 이론은 인도를 기준으로 서쪽지역(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은 아슐리안 문화권, 동쪽지역(동아시아, 아메리카)은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하는 것이 골자였다. 아슐리안은 구석기 문화 가운데서도 목적의식을 가진 정교한 도구라는 부분을 강조한 이 이론 때문에 인도의 동쪽은 출발부터 미개한 원시문화로 인류 문명의 발달 정도가 뒤쳐졌다는 주장이었다. 

그 이론을 무너뜨린 사건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바로 임진강변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된 일이다. 1977년 겨울, 고고학을 전공한 그렉보웬이라는 주한 미 공군 상병이 한국인 여자친구와 한탄강변에 데이트를 갔다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변의 돌을 모아 불을 피우다 이상한 모양의 돌을 발견한다. 바로 그 돌이 아슐리안 주먹도끼였다. 서울대박물관이 조사한 결과 무려 4,500여 점의 주먹도끼가 쏟아져 나왔다. 임진강의 기적이다. 이 사건은 세계 고고학계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모비우스 학설이 무너진 것은 물론 한반도가 고고학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유난히 좁은 지역에 고인돌 문화가 집중된 한반도를 주목해온 세계 고고학계는 이 사건 이후 한반도 구석구석에 매장된 인류의 흔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얼마 전 울산박물관에서 217점의 울산 관련 유물을 새로 사들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조선시대 통신사와 왜인과의 회담 기록인 왜인수표(倭人手標), 온산면 문서, 정기상 언양병마절제도위 교지, 경상좌병사 관련 간찰, 울산 거주 이회명가(李會明家) 자료 등이다. 울산박물관에서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울산의 과거 흔적들을 사 모으고 있다. 박물관이 없는 도시였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이지만 구입하는 방법과 함께 반환운동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울산에서 벌어진 수많은 문화재 발굴과 출토된 유물의 유출 경로는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특히 고대사의 비밀이 보물상자처럼 쏟아진 검단리 유적이나 연암동 유적 등은 다른 도시나 대학 박물관 수장고에 처박혀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울산의 유물을 떠나 한반도 고대사를 규명하는 중요한 흔적들이 쓰레기처럼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금부터라도 반환운동을 해나가는 방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임진강의 기적처럼 한반도에는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엄청난 발견이 많은 곳이다. 그 가운데 울산은 역사학계나 고고학계의 기적이라 불리는 중요한 발견이 다섯 번씩이나 있었던 지역이다. 그 기적의 장소들과 그 장소가 가진 과거사적 의미,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이제부터 풀어가 보려고 한다.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가듯 말이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울산의 현대만 기억하지만 사실은 울산이라는 지역은 한반도에서 인류가 가장 먼저 정착 생활을 시작한 땅이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은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어떤 문화를 만들어왔을까.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울산은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터전이 되어 우리의 선인들이 아득한 석기시대부터 육로 또는 해로로 이곳에 들어와 정착사회를 이루어 살았던 곳이다. 서생면 신암리, 병영동 병영성지, 장현동 황방산의 신석기 유적이 있고 석검이 출토된 화봉동과 지석묘가 있는 언양면 서부리의 청동기 유적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북구 중산동, 온산면 산암리, 언양읍 동부리, 삼동면 둔기리, 온양면 삼광리, 상북면 덕현리, 동구 일산동, 중구 다운동, 삼남면 방기리 등지에서 각종 유적과 유물이 관계 연구기관과 대학박물관에 의해 발굴됐다. 이 모든 것의 꼭지점에 반구대암각화가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반구대암각화가 첫 번째 기적이다. 그렇다고 울산에 반구대암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전리각석과 원시 토기 제작의 흔적, 조개무지와 집자리들 등 광범위한 선사문화의 흔적은 울산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구대암각화의 기적같은 발견과 가치는 이미 울산탐구 전편에 언급했지만 보다 자세한 탐색은 다음 편에 기술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울산의 집자리와 벼농사의 흔적을 쫓아 보고자 한다. 

울산은 삼한시대에는 진한의 소속으로 중구 다운동을 중심으로 굴아벌촌이라는 읍락을 형성했다. 신라가 파사왕 때 이곳을 정복해 굴아화현을 두고, 남쪽에는 생서랑군, 동쪽에는 동진현, 언양 지방에는 거지화현을 두었으며, 757년(경덕왕 16)에 하곡현(일명 하서현)으로 이름을 고치고 월성군 외동읍 모화 지방에 있던 임관군의 영현으로 삼았다. 언양 지방은 본래 거지화현인데, 경덕왕 때 헌양현으로 개칭해 양주의 영현으로 하였다. 신라 시대에 울산지방은 일찍부터 불교문화가 미쳐 태화사 등의 불사가 성행했다.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우시산국도 울산지방에 있었던 부족국가다. 바로 이 우시산국은 지금의 울산뿐만이 아니라 한반도에 인류가 어떻게 이동했고 어떤 문화를 일궈왔는지를 잘 대변해 준다. 우시산국의 위치는 지금의 울주군 웅촌면 일대다. 주목할 것은 이 일대가 우시산국이라는 이름의 국가형태를 가지게 된 배경이다. 

고고학계에서는 울산을 특별한 지역으로 분류한다. 울산의 특별함은 종류를 넘어 다양성에서 탁월한 가치를 가진다. 그 첫째는 암각화 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해양문화와 북방문화의 교합이다. 이와 함께 놀랍게도 울산에는 한반도 최초의 벼농사 흔적이 발견됐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화살촉이 박힌 고래뼈가 황성동 바닷가에서 출토됐고 동북아시아 태평양 연안 해변에서 가장 웅대한 항만시설이 울산에 있었다는 사실이 규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놀랍게도 검단리 유적은 구석기시대부터 우시산국과 신라를 아우르는 시대상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한반도 남쪽에 북방문화의 흔적을 알리는 타임캡슐이다. 

고고학계가 '울산집자리'라는 특별한 이름을 지어 구별하는 울산식 주거형태는 이 땅에서 얼마나 오래전부터 문명의 꽃이 피어났는지를 잘 보여준다. 울산에는 청동기시대와 관련된 사람들의 흔적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유독 많다. 강 근처의 야트막한 산등성이에는 청동기시대 집자리나 살았던 흔적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고고학계에서는 한반도에서 울산 지역이 청동기시대 유적의 밀도가 가장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흔적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흔적의 내용이다. 바로 그 중심이 검단리 유적이다. 울산에서 발견한 고고학계의 두 번째 기적이다. 검단리 유적은 비교적 늦은 1990년에 발굴되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100여 기에 달하는 집자리와 함께 고인돌을 비롯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을을 감싸는 도랑이 발견됐다. 고고학적 용어로는 환호(環濠)다. 검단리 환호가 발견되기 전까지 환호 형태의 마을 유적은 일본에서만 발견된 취락구조였다. 이른바 임나일본부를 주장하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주술가들이 한반도보다 문명이 앞선 증거로 일본의 환호를 거론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환호의 흔적이 드러나면서 왜곡의 달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 증좌가 울산 검단리에 수천년 동안 파묻혀 있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일본 사학계는 일본의 고대문화, 즉 구석기나 신석기 청동기 문화는 중국에서 직접 들어온 것이라며 한반도 유래설을 부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울산 검단리 유적이 발굴되자 애써 부인하던 일본의 연구자들도 결국엔 검단리 환호 취락지역을 자신들의 취락구조의 뿌리로 인정하게 됐다. 그 특별한 지역이 바로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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