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란 무엇인가?"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1923~2019)의 작품세계는 이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형태나 상징적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빛의 현상 안에서 색을 발견한 그는 20세기 색채 분야의 중요한 사상가이자 현대미술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뉴욕의 모마, 런던의 테이트 모던, 파리의 퐁피두센터 등 전 세계 유명 전시장을 거쳐 그의 작품을 울산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
색을 활용해 지루할 틈 없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 덕분에 개막과 동시에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장소는 '색 가득 공간'(Chromosaturation)이다.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빛의 3원색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완전한 단색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눈은 빛의 파장에 따른 넓은 색 영역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원색을 바라보면 강한 빛으로부터 망막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흰색을 찾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같은 원리를 활용했다.
과학적 방법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크루즈-디에즈'의 방식은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개개인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특징은 '색 간섭 환경'(Environnement Chromointerferent)에서 도드라진다.
1974년 처음 제작된 이 작품은 프로젝터에서 상영되는 일정한 간격의 세로 빛들로 가득 채운 공간을 만든 후, 다양한 색의 세로 선들이 교차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빛의 방향에 대한 착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격자무늬 패턴이 두 개 이상 겹쳐질 때 나타나는 착시현상인 '모아레'(Moire) 원리에 기반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색 간섭 환경'속에서 패턴의 방향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감각적 색채로 꽉 채운 전시장 곳곳은 관람객들의 '인증샷명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25주년 기념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기획 당시만 해도 작가를 울산에 직접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크루즈-디에즈'는 지난해 작고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진화하는 색채를 선보이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번 전시에서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8월 30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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