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물
                      사라 티즈데일

나는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둘째 사랑에게는 눈물을 주었다
셋째 사랑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깊고 깊은 침묵을 선물하였다

내게 첫사랑은 노래를 주었고
내게 둘째 사랑은 눈을 주었다
오, 그러나 나의 셋째 사랑은
내게 나의 영혼을 선물하였다

Gifts

Sara Teasdale

I gave my first love laughter,
I gave my second love tears,
I gave my third love silence,
through all the years

My first love gave me singing,
My second love eyes to see,
But, oh, it was my third love

who gave me soul to me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 미국의 시인. 개인적인 주제의 짧은 서정시가 주목받음. 샤해리엇 먼로의 '포이트리 Poetry'지 동인. '바다로 흐르는 강물 Rivers to the Sea'(1915)로 인기. 1918년 '사랑의 노래 Love Songs'(1917)로 시 부문 퓰리처상.

 

이미희 시인
이미희 시인

사랑이라는 낱말에 누가 영혼 없이 색채를 입힐 수 있을까. 자신이 경험한 사랑 중에 어느 빛깔이 제일 아름다웠느냐고 물으면 어떤 형질의 붓으로도 판가름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선물처럼 찾아온 첫사랑에게 화답하는 첫 웃음은 하늘의 빛과 다름없다. 시인은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둘째 사랑에게는 눈물을 주었고 셋째 사랑에게는 깊고 깊은 침묵을 주었다. 어떤 사랑이든 아깝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하면 할수록 사랑의 방식도 달라졌음을 알았으리라.

티즈데일 그녀는 웃음이 빠져나간 자리에 눈물의 묘약으로 그곳을 메꾼다. 둘째 사랑에게 준 눈물은 웃음을 준 첫사랑에 대한 반성과 후회이기도 하다. 웃음과 눈물을 배운 뒤 셋째 사랑에겐 오랫동안 깊고 깊은 침묵을 선물한다. 침묵 속에 드리워진 그녀만의 규율이 지켜주고 싶은 것은 마지막 남은 연정이지 않았을까. 첫사랑은 웃음을 주었던 그녀를 위해 노래를 주었다. 그 후 둘째 사랑은 눈을 뜨게 하고 셋째 사랑은 그녀의 영혼을 선물했다.

웃음과 노래를 주고받았던 첫사랑, 눈물과 눈을 가지게 했던 둘째 사랑, 마침내 깊고 깊은 침묵과 자신의 영혼을 선물했던 셋째 사랑. 어느 시구에서든 심장이 요동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랑이라는 것에 처음과 마지막의 깊이가 어찌 다를 수 있을까. 처음도 마지막처럼 마지막도 처음처럼 비비고 사는 우리네다. 오늘은 티즈데일 그녀의 사랑과 이별을 바라보며 서랍 속에 간직해두었던 마음 한 장 끄집어 내 본다. 둘이 마주하면 쉽고도 아름다운 짓, 홀로 해도 아깝지 않고 겁도 없는 짓, 사랑이라는 연민의 짓 한 마디 날아와 남은 영혼을 선물하는 8월.
 이미희 시인

☞ 울산신문 유튜브 구독하기 ▶ https://vo.la/ut4n
☞ 울산신문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s://vo.la/xLJA
☞ 울산신문 페이스북 구독하기 ▶ https://vo.la/yUp4
☞ 울산신문 인스타그램 구독하기 ▷ https://vo.la/3jIX
☞ 울산신문 트위터 구독하기 ▶ https://vo.la/1ubY
☞ 울산신문 블로그 구독하기 ▷ https://vo.la/KzpI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