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출신으로 아동문학을 하면서 제주관련 동시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는데, 섬 속에 섬 우도 출신 김미희 작가께서 먼저 국민서관에서 《야, 제주다!》를 펴냈지요. 그 동시집을 이번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김미희 작가를 만나면 제주 사투리로 무시거랜 골아도(무엇이라고 말해도) 다 알아들어서 편한 것처럼 이 동시집에 있는 사십여 편의 시들이 대부분 편하고 정감 있지만, 제주도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정낭> 이라는 시를 읽어봅니다. 

돌담에 나무 세 개/ 사람이 집 안에 있는지/ 잠깐 나들이를 갔는지/ 오늘 안에 집에 올 건지/ 오래 집을 비울 건지/ 정주석 돌담에/ 막대기가 놓인 모양만 보면 알 수 있어요// 말하는 대문/ 제주 사람들만 아는 대화  -'정낭' 전문

정낭은 제주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긴 막대기로 정낭 세 개 중에 하나만 걸쳐 있으면 집안에 사람이 없으나 잠시 나가서 곧 돌아온다는 것이며 두 개의 정낭이 걸쳐 있으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뜻이고, 세 개의 정낭이 모두 걸쳐 있으면 집에서 먼 곳에 출타 중이란 내용이며 정낭이 아무것도 걸쳐 있지 않으면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지요. 그렇다면 대문의 모양만 보아도 집안에 사람이 있고 없고를 알 수 있는데, 도둑과 거지의 천국이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제주도에는 삼다(돌, 바람, 여자), 삼무(거지, 도둑, 대문), 삼보(바다, 한라산, 사투리)가 존재합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동시는 <멸치>라는 시인데 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 생생하게 읽혔습니다.

"멜 들었져 멜!"/ 고함소리 울려 퍼지면// 파닥이는 멸치 떼처럼/ 우르르 동네 사람들 쏟아져 나와/ 원담 안에서 은빛을 캤다지/ 온 동네 잔칫날처럼 모여서/ 파닥이는 은빛을 건져 올렸다지/ 혼자가 아닌 다 같이  -'멸치' 전문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제 고향인 제주 삼양동에서도 멜이 든 날은 잔칫날처럼 온 동네 사람들이 시끄럽게 멜을 잡았고 덩달아 들어온 갈치를 밤새워 낚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되어 첫 동시집 《달님도 인터넷 해요》를 시작으로 동시집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집까지 많은 책을 내며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작가의 시에는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과 통통거리는 생기 발랄한 시들이 많은데 아마 섬마을 우도에서 즐겁게 보낸 유년 시절이 있어서 가능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성혈을 '특별한 산부인과'라고 한 시나, '여행 가방' '현무암' '올레길' '성산일출봉' '해녀' '오름' '곶자왈' '산담' '폭낭' 등 제주도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될 동시가 가득한 김미희 시인의 동시집 《야, 제주다!》를 제주 여행용 책으로 추천합니다. 

☞ 울산신문 유튜브 구독하기 ▶ https://vo.la/ut4n
☞ 울산신문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s://vo.la/xLJA
☞ 울산신문 페이스북 구독하기 ▶ https://vo.la/yUp4
☞ 울산신문 인스타그램 구독하기 ▷ https://vo.la/3jIX
☞ 울산신문 트위터 구독하기 ▶ https://vo.la/1ubY
☞ 울산신문 블로그 구독하기 ▷ https://vo.la/KzpI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