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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이지만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중소기업들의 얼어붙은 자금 사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울산·부산지역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추석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줄일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는 지역 중소기업 149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 63.1%가 추석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 때는 58%였는데 올해는 5.1%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자금난을 호소하는 업체 가운데 87.2%는 자금난 원인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판매 부진을 꼽았다. 판매대금 회수 지연과 인건비 상승도 자금난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운영자금으로 평균 3억4,500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자금 가운데 24.7%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체불업체나 임금 지급을 미룬 업체도 갈수록 늘고 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축소 지급할 예정인 업체가 각각 38.9%와 11.4%로 조사됐다. 31.5%는 전년 같은 수준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17.4%는 아직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여금을 정률로 지급하겠다는 업체는 기본급의 약 56.1%를, 정액으로 지급하겠다는 기업은 약 81만5,000원을 예상했다.

대책이 필요하지만 당국의 대응은 늘 그랬던 것처럼 추석 대응반 가동이 전부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금체불 척결을 강조한다. 게다가 상습 임금체불 사업장에 대한 연중 상시 근로 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로계약서 체결·교부, 임금·퇴직금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의지도 내놨다. 하지만 체불 임금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이다. 울산의 경우 특히 경기악화와 고용불안 등으로 체불 사업장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어김없이 올해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다음 달말까지 2개월간 '임금체불 집중 지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휴일 및 야간에 긴급하게 발생할 수 있는 체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임금체불 집중 지도기간 중 추석 연휴 전까지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그동안 임금체불이 발생했던 사업장과 사회보험료 체납 사업장 등을 선정해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지도하고, 체불사업주 융자제도 안내도 병행한다. 또 '체불청산기동반'을 운영해 다수인 체불 및 건설현장 체불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현장에 출동해 해결하고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으로 임금체불을 제보하는 경우도 적극적으로 권리구제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일시적 경영난 등으로 체불이 발생했지만 청산의지가 있는 사업주에 대해 초저금리 융자를 실시해 청산을 지원한다. 가동 중지 사업장(휴업 포함)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재직 체불노동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저리로 생계비를 대부한다.

당국에서는 체불 임금 청산팀을 가동, 상시상담 등을 벌이고 기업 행정지도 등으로 체불임금 청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정이 그리 밝지 않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지난해보다 올해 체불임금 규모가 더 늘어나고 있어서 전체 체불임금 규모도 지난해 보다 많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려운 지역 경제 등의 요인으로 최근 3년간 울산 체불임금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추석 명절 대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건설현장 등의 집단체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불청산기동반도 운영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울산 지역의 경우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 등 경제상황을 고려해 추석 대비 임금체불 예방 및 조기 청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임금 체불로 인한 고통을 외면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등 편법을 동원한 악의적 체불이 의심될 경우 체불액수에 관계없이 자금흐름을 추정해 구속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의 위기 상황은 무엇보다 조선업 중심의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장 큰 요인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산업 구조를 합리적으로 재구축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결과가 근로자들의 임금체불로 번지는 것은 심각한 2차 피해를 만드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악성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하루 벌어 먹고 사는 근로자들이거나 저임금 근로자라는 점이 문제다. 가뜩이나 월급이 적은데 그마저 안 나오니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임금체불은 가족을 모두 고통 속에 빠트려 심하면 가족해체까지 부를 수 있는 악행이다. 국내 가계빚이 급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임금체불 사업주들과 이를 느슨하게 관리하는 고용노동부가 한 몫을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법적 처벌에 앞서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자기 식구라고 생각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체불임금을 청산하고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명절을 날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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