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천 준설공사 환경파괴 책임 '발뺌'
울산시, 동천 준설공사 환경파괴 책임 '발뺌'
  • 최성환 기자
  • 2020.09.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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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바지락어장 훼손 원인 규명
전문기관 없고 인과 입증 애로 핑계
피해 조사용역 발주 슬그머니 취소
부서간 추진 주체 놓고도 떠넘기기

환경법을 위반한 대규모 동천 준설공사로 환경당국의 수사를 받는 울산시가 공사에 따른 피해 복원은 고사하고 환경 파괴의 책임까지 발뺌하고 있다.

태화강 하구의 국내 최대 바지락 씨조개어장이 황폐화하면서 어민들은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조업을 못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또 동천과 태화강 합류부에 지정된 생태경관보존지역도 철새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도 울산시는 동천 준설공사에 따른 영향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민회에 "소송 걸어라" 막말까지
재난예방을 위한 긴급 사업을 빌미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년간에 걸쳐 무려 38만㎥의 모래를 퍼낸 결과라는 사실은 상식선에서 수긍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어민 간담회 등으로 3개월을 허송한 뒤 21일 울산시가 내놓은 결론은 '피해조사를 위한 전문기관 용역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유로 국내에 조사를 맡길 만한 전문기관이 없고, 설령 조사를 한다 해도 바지락 어장의 황폐화 원인이 동천 준설공사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공사 기획 당시 태화강 하구에 바지락어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공사에 따른 환경적 영향은 책임지겠다고 한 당초 약속은 올 하반기 정기인사로 해당부서 과장과 담당이 바뀐 뒤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준설공사와 바지락어장 황폐화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던 울산시가 한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인데, 어민들과 시민사회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당초 공사 피해 등 부작용에 대한 본보의 잇단 보도에 이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위법성 검토와 전격 수사 착수에 이르기까지 시는 줄곧 피해 복원과 책임행정 차원의 전문기관 조사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그랬던 시가 해당부서장 등이 교체된 이후 자세가 돌변했다.

#울산시 감사·시의회 견제 없어
건설도로과장은 동천 준설공사가 바지락어장을 황폐화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어장이 그렇게 된 것은 수질·태풍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중요한 것은 동천 준설공사와 바지락어장 황폐화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바지락어장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현 상태로 내버려 둘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라며 엉뚱한 주장을 폈다. 게다가 조사 거부 방침을 정하기에 앞서 조사 성격과 추진 주체를 놓고 관련부서간 책임 떠넘기기까지 벌어졌다.

동천 준설공사를 시행한 건설도로과에서는 "바지락어장의 황폐화 문제를 규명하는 것은 수산진흥과 소관"이라고 미뤘고, 수산진흥과에선 "일은 자신들이 벌여놓고 뒷감당은 우리보고 하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 행정을 하라는 단체장의 주문은 이 사안에선 완전히 외면 받은 셈이다.

또 어민간담회에선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기관을 찾기 어렵고 원인 규명의 방법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차라리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 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실무공무원의 푸념 같은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구성원이 20여명에 불과한 힘없는 어민회이기에 가능했겠지만, 과연 노조와 같은 힘 있는 단체였다면 공무원이 이런 태도를 보였겠느냐는 의문이 붙는다.

문제는 관련부서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도 미리 말을 맞춘 듯이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용역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산진흥과장은 "오는 2023년까지 바지락어장의 허가가 나 있는데 자원이 고갈돼 답답하다"면서 "준설공사와 어장 황폐화의 인과관계 규명이 쉽지 않아 조사는 어렵고, 현재 중요한 것은 어장 활성화 방안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청 수사 별개 강제 수단없어
관련부서장 두 명이 이처럼 '조사 불가'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딴 곳에 있다. 동천 준설공사에 따른 바지락어장의 피해 원인 규명은 환경당국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인데다 강제할 수단이 없는 탓이다.

어민들의 잇단 민원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뭉그적거려도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사안에 대한 조사는 자신들이 벌인 공사의 피해 원인을 스스로 규명하고 책임도 지라는 뜻이다. 때문에 어민들이 피해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대로 고분고분 따를 공무원이 있겠느냐는 조롱 섞인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이처럼 독단적 행정 횡포로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임에도 울산시의 자체감사 기능이나 시의회의 견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고, 피해 어민들은 앉아서 울분만 삼킬 뿐이다.

시민사회에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임을 고려해 이 문제를 실무공무원에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 조속한 해결을 위한 단체장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낙동강유역환경청 수사과의 동천 지방하천 하상정비사업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는 8월 중순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면조사의 어려움으로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8월 중순께로 잡았던 관련부서 공무원 소환조사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종료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미룬 대신 동천 준설공사와 관련한 서류는 대부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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