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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비 나려 나려/기러기떼 날으는
양산도 칠십리/적막한 칠십리
님을 두고 가는 내 마음~음~~~
가슴 속에 스며드는
가슴 속에 스며드는
첫사랑이 애달퍼
 (1969, 이미자/비오는 양산도 1절)

이미자(李美子.1941∼)선생은 1959년, 18세 소녀때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올해 팔십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신다. <비오는 양산도〉는 즐겨 듣는 노래 중 하나이다. 듣다가 흥이 나면 따라 부르기도 해보지만, 그때마다 과욕을 부린 것을 절실히 후회한다.

기러기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새를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다. 쇠기거리, 큰기러기가 있다. 작은 기러기를 쇠기러기라 부르며 안(雁)으로 쓴다. 큰 기러기는 홍(鴻)으로 쓴다. 기러기는 겨울 철새중 중대형이지만 울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기온과 관계가 있다.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다. 몸빛 깔은 종류에 따라 다르나 암수의 빛깔은 같다. 목은 짧다. 부리는 밑 부분이 둥글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며 치판(齒板)이 있다. 다리는 몸 중심에서 앞으로 나와 있어 빨리 걸을 수 있다. 땅 위에 간단한 둥우리를 틀며, 한 배에 3~12개의 알을 낳아 24~33일 동안 품는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주위를 경계하며 보초를 쓴다. 갯벌·호수·습지·논밭 등지에서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한다. 시베리아 동부와 사할린섬·알래스카 등 북쪽에서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북부)·몽골·북아메리카(서부)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규합총서》에는 기러기는 신(信)·예(禮)·절(節)·지(智)의 덕(德)이 있는 새라고 적고 있다. 이는 수호지(水滸志)에서 기러기를 오덕(五德)을 갖춘 새로 적고 있는 것을 기초한 것이다. 동료 기러기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것(仁),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구하지 않는 것(義), 날아가는 차례를 어기지 않는 것(禮), 포식자를 피하려고 갈대를 무는 것(智), 때를 맞춰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信) 등이 오덕의 의미이다. 특히 오덕 가운데'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義)을 기초한 전통문화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 나무 기러기(木雁)를 전하는 전안례(奠雁禮) 의식이다. 기러기 관찰에서는 부정적인 인문학적 관점이다.

기러기는 다정한 형제처럼 줄을 지어 함께 날아다니므로, 남의 형제를 높여서 안항(雁行)이라고도 한다. 이동할 때 경험이 많은 기러기를 선두로 하여 일자 혹은 V자 모양으로 높이 날아가는 것은 서열과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를 둔다. 이를 사찰에서는 승려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안행(雁行)이라 활용한다. 기러기는 떼 지어 다니며 무리는 시끄럽게 운다. 생존전략이다. 기러기는 생존전략으로 무리지어 날면서 서로 소통한다. 그때'옹-옹-옹'거리면서 이동한다. 그 소리를 시적 표현 문자로 옹(翁)으로 쓴다. 소리글자로 쓰면,'떼-떼-떼'이다. 함로(銜蘆)는 기러기가 갈대를 물고 난다는 의미이다. 이 말 또한 기러기의 생태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다만 난세에 보신책을 강구 한다는 뜻으로 인문학적으로 쓰인다.

기러기는 언약(言約), 신중(愼重), 고독(孤獨), 평강(平康) 등 다양하게 상징된다. 언약은 전안(奠雁), 신중은 함로(銜蘆), 고독은 고안(孤雁), 평강은 노안(老安)으로 해석한다. 특히 평강(平康)이 노안(老安)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노안도(蘆雁圖)의 독화(讀畵)가 노안(老安)으로 읽기 때문이다.

화투짝 팔월에 그려진 공산(公山)에 그려진 세 마리 새가 바로 기러기이다. 기러기도 갈대와 함께 그리면 함로(銜蘆)로 신중하게 몸가짐을 한다는 의미이며, 달과 함께 그리면 노년에 평안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수해(雁隨海)라는 문장은 <춘향전〉에서 찾을 수 있다. 원형은 안수해(雁隨海)·접수화(蝶隨花)·해수혈(蟹隨穴) 등이다.

기러기는 물을 찾고, 나비는 꽃을 찾고, 게는 구멍을 찾는다는 한자 성어이다. 이 도령이 단오절에 광한루에서 채색 치마입고 그네 뛰는 춘향을 발견하고는 첫눈에 호감을 가져, 방자를 심부름시켜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이 도령에게 전하라는 춘향의 야시 같은 마음 표현이다.'기러기는 물을 따른다'는 중의적(重義的)으로 말한 것이다. 풀이하자면, 쿨하게 남자가 여자를 직접 찾아올 것이지 우리사이에'방자가 왜 거기에 나와!'이다. 이는'용 가는 데 구름 가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의 뜻으로, 마음과 뜻이 서로 맞는 사람끼리 서로 구(求)하고 좇음을 일컫는 말과 비슷한 용례이다. 기러기의 편안한 휴식 장소는 사방이 툭트인 습지 평무, 넓은 모래사장인 평사, 물결이 잔잔한 소 등이다. 평무낙안도(平蕪落雁圖), 평사낙안도(平沙落雁圖), 낙안소(落雁沼) 등으로 소개된다.

『간재집(艮齋集)』에는 최연(崔演, 1503~1549)의'안노설(雁奴說)'이있다. 기러기 사냥법이다. 자연과학적으로 볼 때 기러기의 생태를 대충보아 넘긴 흔적이 맹점으로 나타난다. 기러기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호수나 못 등에서 죽지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잠을 자며, 밤에는 먹이활동을 하는 새로 잠을 자지 않는다. 횃불을 도구로 밤에 잠자는 기러기를 사냥한다는 설정은 기러기 조류 생태를 잘 모르는 사냥법이다. 안노설은 비록 과학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참으로 인문학적 발상의 풍자와 교훈의 뜻을 담은 의미있는 우화(寓話)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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