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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Flyway Network Sites)' 등재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울산시는 환경부에 태화강 등 주요 철새 서식지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 등재 후보지'로 재도전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줄했다고 밝혔다. 등재 후보지는 태화강, 외황강 등 하천구역과 인공습지로 조성된 회야호, 선암호 등 4곳으로 면적은 총 55.14㎢이다. 태화강이 전체 면적의 9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철새이동경로 등재 서식지의 명칭은 '울산 태화강(Ulsan Taehwa River)'으로 정해졌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 2013년 태화강 언양에서 명촌까지의 구역을 대상지로 FNS 등재를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물새의 개체수는 충분했지만, 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등재가 유보됐다. 이번에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까지 대상지를 늘린 것도 종 다양성 문제와 무관하지는 않다. 등재 후보지를 늘리면서 36종에 불과하던 종이 67종으로 증가하게 됐다. 

울산시는 철새서식지에 대한 연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자료의 객관성 확보에도 집중했다. 이 일환으로 2013년 삼호철새공원 백로 개체수 조사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선암호수공원 조류 조사,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울산광역시 자연환경조사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에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조류센서스 자료를 비교 분석, 인용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을 한층 더했다. FNS 등재 대상은 물새로 한정된다. 세부 등재 조건은 △정기적으로 2만 마리 이상 부양 △전 세계 1% 이상의 개체수 부양 △5,000마리 이상 중간 기착지 역할 △멸종 위기종 상당수 부양 등이다.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태화강은 앞서 열거한 조건 가운데 3가지를 충족한다. 물새 2만1,000여 마리가 정기적으로 부양하고 있고, 전 세계 1% 이상 개체수를 3종(큰기러기 1.67%, 중대백로 1.91%, 원앙 2.51%) 부양하고 있으며, 백로 5,000여 마리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멸종위기종 부양 여건은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정한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와 붉은어깨도요는 2010년 각각 1개체가 관찰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50마리), 검은머리물떼새(2마리), 흰목물떼새(19마리) 등 총 3종 71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나 등재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상당수 부양'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울산시는 등재 신청서에서 "태화강 철새 서식지는 산업수도 울산의 심장부를 관통하고 있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타 철새 서식지와의 차이점이 명확하다"며 공해도시에서 철새가 다시 찾는 생태도시로 변모된 스토리를 강조했다. 

신청서를 접수한 환경부는 학계, 관련 기관 및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FNS 등재 요청 공문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에 접수하게 된다. 이후 사무국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3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 검토를 2주간 받고, 현장실사 후 의장에게 등재를 건의한다. 울산시는 다음 달 중순 예정된 현장실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FNS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FNS에는 국내 철원평야, 한강하구, 천수만, 순천만, 우포늪, 낙동강 하구, 송도갯벌 등 총 16개소가, 해외 19개국 147개소가 등재돼 있다. 

아직 등재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태화강은 이미 여러 정황들이 세계적 철새 서식지라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자료에도 이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2018부터 2020년 7월까지 전국의 백로류 집단번식지 176개소의 번식 현황을 조사한 자료였다.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백로류가 7종 3만4,373쌍이 번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백로류의 지표조사는 환경적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백로류는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산림에서 번식하는 환경지표종이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습지 생태계 보호와 백로류 집단번식지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됐다. 연구진은 현장 조사와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통해 각각의 집단번식지에서 번식종의 구성, 둥지의 수, 번식환경을 확인했다.

전국의 철새도래지 하면 많은 국민들은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군무를 펼치는 '군산호'나, 우리나라 유일의 흑두루미 도래지인 '순천만 갯벌', 그리고 창녕의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을숙도' 등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은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태화강은 도심 속 전국 최대 규모의 철새도래지다. 이 자원은 매우 특별하고 차별환된 생태 관광자원이다. 실제로 울산은 태화강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텃새와 철새를 무더기로 만날 수 있는 철새의 낙원이다. 바로 이점을 중심으로 태화강의 생태환경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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