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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울산을 비롯한 전국 4개 도시를 수소시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일이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이번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소도시법 제정에도 착수했다니 지켜볼 일이다. 정부는 지난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울산, 안산, 전주·완주, 삼척 등 수소시범(특화)도시 구축을 위해 내년 1분기까지 시설물별 설계를 완료하고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해 2022년 하반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도시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수소도시 관련 입지규제, 수소 신기술 등 특례와 지원 체계, 재정 지원 등을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수소 관련 예산은 올해 5,879억원에서 내년에 7,977억원으로 35%가량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과 협력해 도심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Kohygen)' 설립도 추진한다.

이번 조치는 민과 관 산업계가 하나로 뭉친 특수목적법인의 출범은 전향적이다. 수소경제위원회에 앞서 열린 코하이젠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는 정 총리와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 울산시·부산시·인천시·전북도·경남도 등 지자체, 한국지역난방공사, 현대자동차·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E1·SK가스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코하이젠 설립에는 정부 보조금 1,670억원과 출자 1,630억원을 합쳐 총 3,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민관은 올해 11월 참여사를 확정한 뒤 내년 2월 중 코하이젠을 정식 출범할 계획이며, 오는 2023년까지 버스, 트럭 등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35개소를 구축·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또 수소경제 확대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의 체계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 2022년까지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태양광, 풍력 등이 모두 포함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에서 연료전지만 분리해 별도의 의무 공급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까지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개정해 수소법상 수소기본계획에 중장기 보급 의무를 설정하고, 경매를 통해 친환경·분산형 연료전지 발전전력을 구매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추출수소를 공급하도록 수소제조사업자 중심으로 천연가스 공급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 도시가스사만 공급이 가능했던 천연가스 공급체계를 바꿔 한국가스공사가 대규모 수소제조사업자에게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스공사가 수요자 맞춤형으로 계약을 별도 체결해 가스를 공급하는 제도인 개별요금제를 기존에 발전용에만 한정했던 것에서 수소제조용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 경우 수소제조사업자가 최근 하락한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별도 수입할 수 있어 원료비를 약 30%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인프라다. 지난 6월에는 울산시가 수소산업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집중했던 '수소산업진흥원' 유치에 실패한 일이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울산시는 수소유통과 안전 전담기관 선정에서도 탈락한 바 있다. 문제는 울산의 수소산업 진흥에 대한 의지보다 정부의 울산홀대가 바닥에 작용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지역 산업계에선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 탈락에 대해 울산만큼 풍부한 수소산업 인프라를 가진 도시가 없는 상황에서 울산이 탈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울산시가 그동안 수소산업 진흥을 위해 들여온 공은 대단하다. 울산시와 에너지 공기업·민간기업이 협업을 통해 2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100㎿급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는 등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 상황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청에서 발표된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액션플랜 중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핵심 사업이 출발이었다. 울산시는 수소연료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10월 테크노산업단지에 안정적 수소 공급을 위해 3㎞ 수소배관과 수소연료전지 실증화센터를 구축했으며, 현대자동차, 두산 등 국내 연료전지 전문 기업들에게 수소연료전지 테스트베드를 제공해 수소연료전지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울산의 수소도시 투자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과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한다. 수소도시의 인프라가 울산에 집중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지역 육성이나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울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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