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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무원칙한 인사청문회로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울산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첫 인사청문(울산발전연구원장)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한 울산경제진흥원장 인사청문 결과, "내정자의 전문성이 더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고도 '적격' 의견을 제시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울산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섭)는 22일 김연민 울산제진흥원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경과보고서에는 김 내정자에 대해 "후보자의 지식인으로서의 전문지식과 시정에 대한 활발한 활동을 바탕으로 울산의 산업구조를 기술혁신의 방향으로 재편하고, 기업지원과 청년창업의 분야를 새로운 산업분야로 특화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 살펴본 결과 울산경제진흥원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경과보고서에서 "수소산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대외적으로 밝히고 주 활동분야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에 치우쳐져 있어, 울산시정 방향과 충돌할 우려와 중소기업 진흥과 일자리 창출사업 분야를 주 사업으로 하는 울산경제진흥원의 업무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 "울산시 중소기업 진흥에서 비전을 구체화하고 정책화해야 하는 울산경제진흥원의 수장으로서, 울산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개선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고 짚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특위는 김 내정자가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울산시 출연기관의 기관장으로 시정 방향에 맞춰 본인의 가치와 철학을 맞춰나갈 수용성을 두루 갖췄다'며 평가하는 등 '적격' 근거를 찾는데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김 내정자의 도덕성과 가치관 공직관에 있어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 적격 의견이라고 결론지었다.

인사청문특위는 경과보고서에 "39년간 울산에 거주하며 울산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울산시 미래비전위원회를 비롯한 시정 관련 각종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공직경험도 두루 쌓은 편"이라며 "울산경제진흥원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즉 울산경제진흥원장을 맡기에는 직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한 것이다.

시의회가 원칙과 기준 없는 인사청문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의회 주관으로 처음 치러진 첫 인사청문회에서는 울산발전연구원장 내정자의 자격과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적격' 의견으로 통과됐다.

지방의회의 인사청문의 법적 근거 부족한 상황이라 강제력을 갖기 힘들다 하더라도, 의회가 무원칙한 인사청문회로 스스로의 위상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내정자가 전문성 부족과 경영능력 부재를 드러냈음에도 '적격' 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의회가 시민의 대표기관이길 포기한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청문회가 부적절한 인사에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이번 울산경제진흥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특위가 채택한 경과보고서는 임용권자인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전달됐다. 임명은 오는 30일 이뤄지며, 취임식은 11월 2일 진행된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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