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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 동천 준설공사로 태화강 하구 바지락 어장이 황폐화하면서 2년째 조업을 못하고 있는 어민들이 28일 울산시에 원인 규명과 대책을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시의 동천 준설공사로 태화강 하구 바지락 어장이 황폐화하면서 2년째 조업을 못하고 있는 어민들이 28일 울산시에 원인 규명과 대책을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때 전국 최대 바지락 씨조개어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태화강 하구의 내수면어업계 소속 어민들이 28일 어선을 동원한 해상시위를 벌였다.

울산시가 재해 예방을 빌미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동천에 대한 대규모 준설공사로 어민들의 생계터전인 바지락 씨조개어장이 파괴된데 따른 항의의 몸짓이다.
동천 준설공사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조업을 못하고 있는데, 책임지고 대책을 세워야 할 울산시는 원인 규명도 외면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자 참다못한 어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태화강 내수면 어업계는 이날 오전부터 어민들이 보유한 어선 10여척을 동원해 자신들이 관리해온 바지락 어장에서 울산시의 책임 있는 자세와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바지락 채취용 어선에 '담당 공무원이 바뀌니 전국 최대 바지락 어장도 내몰라라!', '동천강 모래 없이는 전국 최대 바지락어장도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매달고 줄지어 해상을 달리기도 했다.

어민회 측은 "올해 6월 이 문제가 지역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된 이후 동천 준설공사와 바지락 어장 황폐화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전문기관의 조사와 어장 복원 및 어민생계 대책 등을 세워 줄 것을 시에 요구하고 몇 번의 간담회도 가졌지만, 지금까지 시가 취한 조치나 마련한 대책은 전무하다"며 "울산광역시가 행정 횡포로 주민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어민회 강종신 총무는 "울산시의 성의 있는 대책을 기다리며 5개월을 참았으나 생계터전을 잃은 어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책임회피 뿐이었다"며 "오늘 해상시위에 나선 것은 시작이며, 시의 책임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항의 구호를 단 어선을 바지락 어장 한 가운데 집단으로 정박해 놓을 것이며, 시청에 대한 직접적인 시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바지락어장의 황폐화 원인으로 울산시가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시행한 '동천 지방하천 하상정비 사업'을 의심하고 있다.

이 공사를 위해 태화강 합류부에서 북구 시례잠수교까지 6.4㎞의 동천에서 총 38만㎥의 모래를 퍼낸 뒤 하류의 바지락어장으로 모래 유입이 끊긴 것이 어장 황폐화의 1차적인 원인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어장 바닥이 검은 뻘층으로 변했고, 이후 바지락이 자취를 감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인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울산시와 남구청 등 관계기관과 가진 3차례의 협의를 통해 어장 황폐화 원인 규명과 조업 중단에 따른 생계대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동천 준설공사와 바지락 어장 황폐화의 영향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조사용역을 맡은 전문기관도 찾지 못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 생계를 잇기 위해 어민들이 요구한 태화강 환경관리권과 연안어업 허가 등은 이미 다른 기관이 태화강 정화를 맡고 있고, 울산항 내 연안어업권은 기존 어민의 반발과 관할 기초자치단체, 해양수산청, 항만공사 등과 협의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라 추진이 어렵다며 발을 뺀 상태다.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동천 준설공사로 문전옥답과 같은 바지락 어장이 하루아침에 생물이 살 수 없는 시커먼 뻘밭으로 변했는데도 원인 규명은 고사하고, 책임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게 울산시의 속내로 읽힌다.
어민들은 지난해와 올해 조업 중단으로 최소 5~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생산량이 평년작일 경우 연간 3~4억원의 수입을 거머쥐었던 어민들은 지난해와 올해 어장에선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최근 7년간 태화강 하구 바지락 어장의 생산량은 2014년 282t, 2015년 53t에 이어 태풍 '차바'가 덮친 2016년에는 17t으로 줄었으나 2017년 85t, 2018년 82t으로 점차 늘어난 것이 동천 준설공사 이후 지난해와 올해는 조업활동을 접은 상태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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