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은 등화가친의 계절이다. 등불을 가까이하라는 것은 책 읽기에 좋은 절기라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해가 갈수록 주변에서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독서율도 곤두박질이다.
 
책을 읽는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만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보면 2011년 60.8%였던 독서 율이 2019년 50.6%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독서를 한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독서 권수가 100을 기준으로 평균 7.3권에 불과하다. 60세 이상 노령 층의 경우 2.4권에 그친다. 이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울산의 사정은 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의 통계치를 비교하면 '독서를 한다'는 사람은 48.4%에 그친다. 독서 권수도 평균 6.9권으로 전국 평균 이하다. 산업수도 시민들 독서 결과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수집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서인구의 급감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통계치는 해가 갈수록 크게 낮아지고 있다. '만약'이라는 전제조건이지만 언젠가는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 이럴 때일수록 독서인구 저변확대를 위한 정부차원 대책마련이 인구증가 정책만큼 필요하다. 
 
'그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알려면 시장에,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을 오늘의 화두로 새긴다. 
 

울산문인협회는 울산시민 독서인구 증가를 위해 1년에 한번 '북 페스티벌'을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 22일 2020 '북 페스티벌'을 울산 중구 J아트홀에서 개최했다. 최근 녹색문학상을 수상한 공광규 시인을 초청, '서사시로 본 금강산'을 주제로 특강과 토론을 겸한 책 문화축제행사를 치렀다. 
 
예년과 달리 행사를 개최하는데 있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라는 희대의 바이러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형식만 갖춘 모양새가 됐다. 주최단체로서는 행사를 개최한 것에 대해 만족할 뿐이다.
 
그러나 행사를 치르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참으로 눈물 나게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220석 공연장에 울산문협 회원들의 신청을 받아 50명 이하 인원이 참가했지만 열기는 500명이 참가한 것보다 못지않았다. 독서에 대한, 문학에 대한 지역문인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더 아쉬운 것은 한해 겨우 1회 열리는 '북 페스티벌'이 지난 해보다 크게 축소됐다. 
 
코로나 19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지난해는 울산시립도서관, 남부도서관 등 지역 도서관에서 울산문협 회원들 중 신간을 낸 작가들이 사인회를 열었다. 
 
이는 지역작가들을 중심으로 시민 독서열기 진작을 위해 꼭 필요한 문학행사였다. 시민들은 책을 받아서 즐겁고 작가는 창작의욕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초청강사 저서를 대상으로 참가자 독후감 공모 행사도 개최했다. 이는 산업수도 울산의 삭막한 문학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울산은 산업수도로서, 광역시 규모에 맞는 문학축제가 인근 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문학관 수를 보면 이는 더 확연하다. 경남은 경남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원수 문학관, 김달진 문학관 등을 비롯해 많은 문학관이 나름의 뜻깊은 문학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은 이보다 더 나아가서 개인이 설립한 추리문학관등을 비롯해 지역문인들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립한 많은 문학관에서 각각의 특색 있는 문학행사들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에 비해 울산은 오영수문학관이 유일하다. 서덕출의 경우도 중구 복산동 소재 조각공원의 이름을 서덕출 공원으로 바꾸고 전망대 같은 작은 기념관이 있기는 하나 시민들은 거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이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학이 관심 밖으로 밀려난 울산에서 '북 페스티벌'은 귀하고 귀한 문학행사다. 이 행사를 좀 더 확대 개최해야 하는데도 사업비는 가문 날 저수지 물 마르듯 줄어들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느 해에 없어질지 알 수 없다. 
 
전국 평균 독서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쥔 울산시민들의 독서 열기를 높이기 위해 개최되는 문학행사에 해당기관, 지역소재기업들의 관심과 예산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울산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행사에 해당기관과 지역소재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 울산은 문학향기가 진동하는 산업수도가 될 것이다.
 
희망하건대 내년에는 '북 페스티벌'이 울산시민들의 관심을 넘어서 울산권역 주변도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책 축제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