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복수의 후보자들이 출마의사를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벌써부터 선거판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선거 입후보 과정을 두고 내홍을 겪은 전력이 있는 지역 상공계에서는 '소수의 조각 맞추기 관행'을 탈피하고, 지역경제 재건에 초점을 둔 '소통과 화합'의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지역상공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치러질 '20대 울산상의 회장 선거'에 3명의 기업인이 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인사는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 최해상 대덕기공 대표이사, 이윤철 금양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3명이다.

아직 공식 선거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미'3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어느때 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예고되고 있다.

회원사가 지역내 2,700곳에 달하는 울산상의의 회장은 이른바 '울산 경제시장'으로 불릴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회장 선거 때마다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일찍부터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지역 상공계 내부에서는 과열경쟁에 따른 분열과 반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2월 치러진 19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회장단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바람에 파열음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울산상의 회장단 14명은 '제19대 의원선거 후보자 등록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안 조정결과 보고'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20대 회장 후보로 전영도 현회장을 '합의 추대'했다.

울산상의는 19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선거 방식을 종전의 '교황식 추대'에서 '입후보 선출'로 변경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공식 후보등록 기간 전에 회장단이 전격적으로 '합의추대'라는 의사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회장직에 도전하려던 잠재적 후보들은 입후보를 포기했고, 선거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회장단은 "정치권도 아니고 상공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경선으로 치달으면 내부 분열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지역 경제가 어려운 때에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합의 추대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지역 상공계 내부 인사들은 경선이 자칫 과도한 경쟁이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회장단이 차기 회장을 지명해 선거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 상공계의 한 인사는 "후보들간 소통과 협의를 거쳐 후보를 단일화하는 등 대립을 야기하지 않기 위한 방안들이 있는데 이런 '조율'이라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당시의 느닷없는 합의추대 사건은, '상의회장 자리는 어차피 소수가 쥐락펴락한다'는 그간의 소문을 사실로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돼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울산상의는 여기에 대해 합의 추대는 당시 총회에 나온 회장들의 의견일 뿐 공식적인 투표 절차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상의 관계자는 "회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된다. 당시도 합의 추대 이후 입후보 신청을 받았지만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단독 후보가 나왔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의원들에게 찬반을 묻는 과정을 거쳐 당선자를 선출했고 임기 동안에도 전혀 갈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이번에도 '입후보 선출'을 원칙으로 선거를 진행한다. 회장을 선출하기 전  20대 의원을 뽑는 절차가 먼저 이뤄진다. 상의는 내년 초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일반회원(기업회원)중 100명, 특별회원(법인성격의 유관기관 및 단체) 중 8명 등 총 108명의 의원을 뽑는다.

내년 2월 중순께(미확정)까지 지난 3년간 회비를 모두 완납해야 의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회비를 완납한 회원사들은 회비 규모에 따라 의원 1명당 최소 3표에서 최대 20표씩 갖게 된다. 의원으로 입후보 하려면 또다른 의원 자격자들로부터 5장의 추천서를 받아 선관위에 첨부해야한다.

울산상의는 그동안 의원 선거를 한차례도 치룬 적이 없다. 입후보자가 정수에 미달됐거나, 정수를 넘어선 후보가 나오더라도 협의를 통해 정수내로 입후보자 수를 조율해 왔기 때문이다. 당선된 의원들은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의원총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지역 상공계 원로격인 한 인사는 "의원이 돼야 회장 후보자로 입후보하거나 선거권을 갖게되는데, 현재 대결구도가 그대로 간다면 올해 처음으로 의원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내 사람을 의원으로 두려하거나, 회장 자리에 입성시키려는 의원들이 의원선거에서 계파간 갈등을 빚게 되고, 결국 회장선거에서 세몰이를 하며 부딪히는 파행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인사는 "울산의 주력산업이 바닥까지 주저앉고, 소상공인이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표싸움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며 "어려운 지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상공회의소 사옥 확장 등 숙원사업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상의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후보들은 물론, 지역 상공인간 소통과 화합이 절실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제18대와 제19대 상의회장을 연임한 전영도 현 울산상의회장은 내년 3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회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하주화기자 jhh0406@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