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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민화를 그리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민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남연화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민화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텍스타일과 민화를 접목한 작업 이후 진주 실크디자인 경진대회, 부산 텍스타일 디자인 대전에서 수상했다. 현재 덕정 민화연구소를 운영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고찰하고 있다. 

다채롭고 새로운 방향으로 민화를 발전시키고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대학 텍스타일학과에 입학해 실크스크린 및 섬유 표현기법, 웹 디자인 프로그램 작업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민화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텍스타일의 장점을 살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민화의 한계란 하나의 작품이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채색 후 수정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반면 웹 작업으로 이뤄지는 텍스타일의 이미지는 여러 차례 수정이 가능하며 이미지가 완성된 후에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조우'는 앞서 언급한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영국의 공예가이자 디자이너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패턴을 응용해 배경을 표현하고 전통민화의 문양인 모란과 연꽃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된 예술을 부정해 수작업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 결과 도판이나 벽지 등의 실내 장식미술로서 섬세한 문양이 나타나게 됐다. 벽지마저 하나의 작품이 되는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적 사상과 사용자를 위한 최적의 미적 요소를 연구하고 나타낸다는 점에서 작가와 서로 닮아있다.

남연화 作 '조우'
남연화 作 '조우'

윌리엄 모리스의 문양은 패턴화된 민화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바탕의 '선'이 잔잔히 드러나며 꽃을 민화로 그린 후 웹디자인 작업으로 '면'의 요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작품에 나타난 꽃은 전통적 의미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과 혼탁한 물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이다. 특히 연꽃은 작가의 이름 '연화(蓮花)'와 의미가 같아 사명감을 가지고 그리는 주제다.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살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텍스타일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스카프로 다시금 만들어졌다. 그라데이션 된 색상은 작품으로서도 유려하지만, 사용자의 패션 소품으로도 돋보이게 한다.

그 까닭은 스카프의 한번 둘러서 매는 특성상 다양한 색이 은은하게 보일 수 있도록 철저한 연구를 기한 끝에 만들어진 색상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채도와 광택에의 은은한 색상과 더불어 문양에 드러난 상징성은 착용자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화와 텍스타일을 접목한 이유는 민화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한 번에 하나의 작품밖에 할 수 없는 회화로서의 민화는 많은 이들이 소장하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텍스타일을 통한 작업은 수정이 간편하고 다수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에 알맞은 대중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 작품은 우리 민화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소망하는 작가의 바람이자 그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민화를 그려왔으나 회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텍스타일을 중심으로 민화의 다양한 시도를 해 온 남연화 작가는 조선 후기부터 그려져 온 민화의 전통성을 이어받으며 현대화되는 사회의 미학적 관점을 적극 수용해 방법적으로 더욱 발전된 민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전통'이라 불리는 민화. 먼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이 민화의 발전에 있어 충분한 미술사적 가치를 발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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