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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家禽)은 집에서 기르는 새를 말한다. 인간이 야생의 새를 어떤 목적으로 길들이거나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육종(育種)시켜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한 조류를 가금이라 부른다. 닭, 칠면조, 거위, 오리, 메추리 등이 대표적 가금이다. 

닭은 사위가 신혼 시기에 처가를 찾았을 때, 장모가 사위 사랑의 증표로 씨암탉을 손수 잡아준다고 입으로 전하는 옛날 이야기의 단골 메뉴다. 특히 남의 일에 관심과 흥미가 있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기를 닭은 삼일 보신용으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서양은 동양의 닭보다는 칠면조 요리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날 손님을 초대해 함께 먹는 저녁 식사에는 반드시 칠면조 요리가 등장해 식탁을 풍요롭게 장식한다. 거위는 프랑스인이 즐겨 먹는 푸아그라 즉 '기름진 간'요리의 주된 재료로 대량으로 사육된다. 

거위는 일반적으로 고니처럼 넓고 높은 하늘을 힘차게 날 수 없는 새다. 

거위가 날 수 없는 한 가지의 이유는 야생 개리를 가축화시킨 결과다. 개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몸집이 큰 물새 종이다. 개리는 가금화된 육종 거위 본디의 성질을 지닌 종자 새다. 개리라는 이름은 갯기러기에서 유래됐다. 개리는 질펀한 갯벌에서 머리를 펄 속 깊이 집어넣고 먹이를 구한다. 주로 새섬매자기 같은 식물의 새싹 뿌리가 주된 먹이다. 이런 특징은 가금화된 거위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개리는 러시아 극동, 중국 동북부, 몽골, 중국 헤이룽장성 자룽습지보호구, 사할린 북부 등 습지 지역이 번식지다. 한국, 중국 양쯔강 유역, 대만, 일본 등은 월동지다. 개리는 매년 먼 거리를 반복해 날아 이동하기에 번식지와 월동지의 사람들에게 개리는 사냥 대상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개리의 고기와 깃털을 얻기가 번거로워 쉽게 구하기위한 방법으로 거위로 가금화시켰다. 가금화된 거위는 사육 환경에서 구태여 날고 싶은 충동이 사라졌다. 거위 털(goosedown)은 보온성이 높다. 겨울철 방한복 패딩(padding)의 보온 충전용으로 사용한다.

거위는 인문학에서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히 불행한 처지나 환경을 견디고 이겨내 목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성공한 새로 상징된다. 인문학 속의 거위는 날지 못하는 관심 밖의 새가 자신의 노력으로 고통을 굳게 참고 견뎌 결국 힘찬 비상한 새로 비유된다. 대중가요 <거위의 꿈〉가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가사를 소개한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대중가요, 인순이-거위의 꿈 중에서)

가사 내용이 완전 공감이 간다. 가사를 음미하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 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거위의 꿈〉의 절창(絶唱)은 바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다. 이를 다섯 글자로 함축시키면 '천고임조비(天高任鳥飛·높은 하늘에 새가 힘차게 난다)'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거위에 관한 글을 찾을 수 있다. <박물지(博物志)〉를 인용해 '거위는 귀신을 놀라게 한다. 사람이 이것을 시험해 보았더니 좋은 효험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또 <동파지림(東坡志林)〉을 인용해 '거위는 능히 도둑을 놀라게 하고, 또 뱀을 능히 물리친다'고 적고 있다. 지봉도 한 말 거 든다. "대개 거위의 똥을 먹으면 뱀이 죽는다고 한다"고 적고 있다. 거위가 귀신을 놀라게 하며, 능히 도둑을 놀라게 하고…. 이야기는 민속학적으로 충분히 이해된다.

거위는 생태적으로 볼 때 야행성 조류다. 밤 눈이 밝고, 울음소리가 커서 멀리서도 들린다. 거위야말로 밤을 지키는 야경꾼 역할에 적합한 동물이다. 또한, 귀신은 음귀(陰鬼)로 어둠을 틈타 활동하기에 거위가 지키고 있는 집에는 귀신이 얼씬도 못 한다. 조선 시대 양반집에는 삽살개, 학, 파초, 매화를 기본으로 심고 길렀다. 그 이유는 민속학적으로 삿된 것은 쫓아 물리치며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벽사진경의 의미를 갖는 동식물이기 때문이다. 꿩 대신 닭이듯, 거위는 학(鶴)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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