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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다. 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탑을 제막하는 시기가 오면 연말 분위기가 시작된다. 소외된 이웃을 되돌아보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21나눔캠페인'이 온도탑 제막식이 어제 울산시청 광장에서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모금액 목표가 지난해보다 25% 넘게 줄어드는 등 시작 전부터 위축된 분위기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울산시청 앞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희망 2021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다. 희망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은 나눔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나눔 온도가 1도씩 올라가 100도를 달성하는 것이다. 캠페인은 해마다 11월 중순에 시작했지만 올해부터는 모금기간을 줄였다. 기간이 줄어든데다가 올해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위축되면서 올해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5.5% 감소한 52억5,000만원으로 정했다. 

울산은 지난해 17년만에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에 실패하면서 올해 달성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 여건상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캠페인 기간이 줄어든데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지역은 모금액의 70% 가량이 기업법인 기부액인데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기업들도 힘든 상황에 기부액을 줄이거나 올해는 기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올 겨울은 기부문화가 얼어붙었다는 소식이다.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모금 행사가 올해 같은 상황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울산 시청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이 수은주를 제대로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울산의 경우 지역 특성상 기업기부 의존도가 높지만 조선업 불황 등으로 지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올들어 평상시 모금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특히 법인모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과 자동차 업계의 장기불황에다 수년째 호황을 이어온 석유화학업체까지 어려움에 빠지면서 올해는 목표액도 낮춘 상황이다.

울산의 경우 개인기부보다는 기업의 기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석유화학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집중된 곳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의 경우 조선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불황여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석유화학업종의 가세로 목표액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석유화학업종 업황이 요동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잇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기부문화에 호응하는 기업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상당수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시점에 기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울산의 경우 어느 때보다 지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실물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목표 온도 100도를 초과해 울산시민의 사랑이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온도탑 수은주는 공동모금회가 모금된 이웃돕기 성금 액수에 따라 사랑의 온도를 높여 울산시민에게 '이웃사랑'의 현황을 눈으로 보이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전국 최고의 소득을 자랑하는 울산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하루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이 널려 있다. 

이제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창구가 개설되고 어려운 이웃을 되돌아보자는 이야기가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앞으로 다가올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겨울을 나야할 이웃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 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각급 사회단체를 비롯해 기관들이 나서 불우이웃들에게 김장김치와 난방용품 전달 등 자선활동이 활발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듯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훈훈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빈곤층은 살림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각종 난방비는 물론 일용한 양식을 마련하는 일도 벅찬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아무리 힘든 시기일지라도 언제나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울산시민들의 기부 열정은 식지 않았다. 자신의 힘든 상황에도 기부를 실천한 이웃처럼 시민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만큼 우리 사회의 훈훈함이 전해져 이 겨울 소외된 이웃들의 얼굴에 넉넉한 미소가 피어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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