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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정부의 최신 철도역 탐방가이드북에 울산만 콕 집어 제외돼(본보 2021년 2월 2일자 1면 보도) '홀대' 논란이 일자, 그 파장이 국회까지 번졌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120만 울산시민들의 자존심을 뭉개버렸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소관 상임위 의원들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에 공단 측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진화에 진땀을 뺐지만, 일관되게 해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오는 5월 중 '한국인의 철도역' 책자에 울산 관광명소를 특집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 관광공사와 협약 불구 논의 전무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이 최근 380페이지에 달하는'대한민국 철도역 100'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면서 전국 광역단위 자치단체는 물론 소규모 도시의 역까지 소개해놓고 정작 철도 역사 100년을 맞은 울산은 유일하게 제외시켜 논란이 됐다.

당장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졌고, 철도공단이 철도역 선정 과정에 관광공사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또 철도공단 측이 용역결과에 제대로 검사조차 하지 않고 가이드 책자를 발간한 것으로 의혹을 샀다.

한국관광공사를 소관하고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은 2일 본보와 합동조사에서 "철도공단은 관광공사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관광활성화 MOU도 맺었다"며 "그런데 관광공사에 확인해보니 이번 100선 선정에 관광공사에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악했다.

그는 "철도공단의 명품역사 100선 출판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지역관광 활성화를 표방하면서 지역별 특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광공사 및 문체부를 통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와 철도공사 소관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도 진상파악에 나섰다.

이날 박 의원실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2020년 준공예정이라는 시간 범위를 정했는데, 태화강역의 경우 2022년 준공 예정이라 포함을 시킬 수 없었다"며 "책자를 제작하는 용역사가 저작권 문제로 일일이 기차 역사를 찾아다니며 역사 사진을 촬영했는데, 공사가 진행 중인 역사를 촬영해 책자에 넣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의원은 "전국 650개 역 중에 100개의 역을 선으로 연결하는 코스 20개를 책자에 실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각 지역의 역들이 가진 전통과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처사"라면서 "용역 기간을 충분히 두고 전국의 역들을 충분히 둘러 봤다면 울산의 전통 있는 역들이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단측에 "책자 발간에 포함되지 못한 울산의 전통있는 기차역들이 국민들에게 소개될 수 있도록 공단 차원의 기획기사 작성과 추가 책자 용역 등 콘텐츠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인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은 올 5월 중 울산을 대거 포함한 새로운 가이드 책자 발간하기로 공단측으로부터 약속 받았다고 전했다.

# 공단측 자체 용역결과 검수도 허술
이날 서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가 언제인데, 7대 광역시에서 울산이 빠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아무래도 공단 측이 용역만 맡기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측 고위관계자는 사과하며 "오는 5월 울산 역사의 내용을 많이 반영해 추가로 가이드북을 발간하겠다"고 서 의원실 측에 약속을 전했다.

또 "이미 발간된 책자에 대해서는 회수 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 공개된 내용은 수정가능한 선에서 수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울산 동구)은  "100년 울산철도 무시한 철도당국, 울산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페이스북에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2일 성명에서 "그냥 울산을 무시하고 홀대한 것"이라면서 "기가 찰 노릇이다.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발끈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100년이 된 울산철도 역사에 대해 '그래서 뭐'라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100년의 울산철도 역사는 울산만의 역사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중앙선. 울산철도의 첫 이름이자 1921년 10월 25일 울산과 경주(불국사)간 개통된 철도"라면서 "29.9㎞를 쉼 없이 달렸고, 대한민국의 근대화, 산업화와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 등 해당 관계자들이 '누락 실수'라고 치부하며 이미 발행돼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며 "120만 울산시민의 자존심을 뭉개버렸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 등은 시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울산을 무시한 처사를 분명히 따져 묻고, 합당한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국회의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도대체 (울산이 빠진) 이유가 무엇이고, 근거과 무엇인지 파악해 보겠다"며 "(협의회 차원) 시정조치를 요구해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본보의 취재에 전날까지 전혀 몰랐다고 했던 철도공단측은 보도가 나가자 해명자료를 내고 "울산역의 경우 도시의 선 항목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대구와 부산 코스와 연결하기에 거리가 멀고 단일 역사만을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제외했다"며 "울산을 제외한 부분이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어찌됐던 120만 시민들께 미안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공단 관계자는 "올해 중에 '한국인의 철도역'이라는 이름으로 울산을 포함한 책자를 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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