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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정 사회부기자
강은정 사회부기자

2019년 11월 한라산을 오를 때였다. 1800고지에 올랐을 때 옆에 있던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그는 1800고지 비석 옆에 서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 수건을 펼쳤다. 그는 전국 100대 명산 오르기에 도전 중이라고 했다. 그때 영남알프스에서도 이러한 이벤트가 펼쳐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등산은 곧 도전이고, 100대 명산 인증 등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으면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확인해보니 영남알프스에서도 이미 9봉 완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증서와 기념메달이 제공됐고,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9봉 완등에 대한 기억은 잊혀져갔다. 
 
2021년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사업 관련 새로운 내용이 전해졌다. 기존 해오던 사업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기념 은화'를 제작해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2주쯤 지나자 곳곳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은화 준다는 소식에 영남알프스 곳곳이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산악인들은 단호하게 '산을 망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순도 99.9%의 은을 메달로 제작해 준다 하니 그것만을 노린 등산객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9봉을 완등한 경험이 있는 산악인을 중심으로 4명이 1조를 이뤄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주일이면 9봉 완등, 9봉 완등 쉽게 가는 법 등은 여러 산악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비용이다. 은화 1만개 제작에 6억 5,000만원이 든다. 울주군은 당초 선착순 1만명 지급에서 인증자 전원에게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2020년도 2만여명이 인증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2만명이 넘는 인원이 9봉 완등을 인증하게 될 것이다. 
 
2만명 기준 13억원. 적지않은 세금이 투입된다.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산을 찾아오는 것 외에 먹고, 자고, 노는 것에 쓰이는 돈이 과연 이정도 될지 의문이다. 경제유발효과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10년, 50년이 지나도 다시 찾아오고 싶을만큼 좋은 영남알프스. 그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산악관광 인프라 확충에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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