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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책임연구원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재조정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피로감도 쌓였다. 이러한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부도 2021년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범부처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발족시킴과 동시에 세부적인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신속하고 안전한 예방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3브이(V)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 브이는 바로 백신(Vaccine)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각자의 백신 기술을 적용해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최소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백신 개발을 1년 미만으로 단축시켰다. 백신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70%에서 높게는 95%까지 이르는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으며, 단기적인 안전성에 있어서도 기존에 사용돼온 다른 백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몇몇 백신이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고위험군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최대 7,6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 접종될 백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개 제조사에서 총 6,600만명분을 확보하고, 국제 백신 공급 업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의 백신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복수의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확보한 이유는 안전성 문제와 생산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접종이 지연될 수 있는 위험을 가급적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또한 국내에 도입할 예정인 백신 중 몇 개는 국내 위탁 생산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필요시 백신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브이는 바로 백신 접종인력(Vaccinator)과 접종시스템(Vaccination System)이다. 백신은 제조사를 떠나는 시점에서부터 유통·보관되는 전 과정에서 백신마다 고유한 적정 온도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해당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에 유념해 정부도 냉동시설이 필요한 백신과 냉장시설만으로도 유통·보관이 가능한 백신의 접종 장소를 구분함으로써 현장에서의 혼선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예방접종의 접근성을 고려해 충분한 접종 장소도 확보해야 예방접종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이 먼 거리 이동 없이 접종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시설 준비 외에도 접종기관 방문 시 대기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접종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 사전 안내와 예약시스템도 준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접종 장소에 도착한 백신이 접종되려면 숙련된 의료 인력도 필요하고,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을 추적할 수 있는 감시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백신 구매뿐만 아니라 예방접종 과정에 투입돼야 할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체계적인 예방접종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효율적인 대규모 접종 캠페인도 가능하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브이는 피접종자(Vaccinee)다.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약 70%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는 곧 아무리 우수한 백신이 확보됐고 예방접종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으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방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에 있어서도 전 국민적 동참이 필수적이다. 이로써 예방접종의 사회적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일각에서 당연히 제기될 수 있고, 개인이 백신의 종류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측면에서 접종에 대한 망설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것이 곧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용법·용량에 맞게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대상자의 특성이나 백신의 특성에 따라 약물 이상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날 경우 개별적으로 중증도와 인과성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안전성 사례를 봐도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해당 국가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뚜렷한 인과성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큰 만큼, 정부는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신속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국민의 자발적인 접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이 시작되면 분명 예측하지 못했던 이상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이상 반응에 대한 해외 사례를 분석해 향후 철저한 역학조사를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만일 국내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것이 우리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지나친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를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 덕분에 이미 예방접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필수 접종 백신에 대한 접종률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서도 마스크 착용과 같은 생활 속 방역수칙에 대한 참여율 또한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가 대대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철저히 준비하고, 이것이 국민의 적극적인 접종으로 이어진다면 연내 집단면역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잃어버린 일상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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