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선에 머물다] 왼손잡이 
[詩선에 머물다] 왼손잡이 
  • 박정옥
  • 2021.02.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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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권상진    
 
지구의 자전축이 반대로 기울어져 있었다면
많은 사람과 왼손으로 악수할 수 있었겠지
나는 모든 손잡이에서 멀고
모든 악수로부터 불편하다
 
양쪽의 어깨와 양쪽의 다리 양쪽의 눈과 귀와 복숭아뼈 
왼쪽의 심장과 오른손잡이들
나는 생이 한쪽으로 쏠려버린 외따로운 기형인 양
모든 식탁에서, 모든 노트에서 불편하다
 
편견은 언제나 외눈박이여서 
왼날개잡이 새와 왼발잡이 사자 왼지느러미 잡이의 금붕어를 놓치고
나를 따라 다닌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불안하고 
많은 왼쪽에 대해 불편하다
 
바른손이라는 말이 생겨난 후로
퇴화를 거듭하는 왼손잡이들
숟가락을 옮겨 쥐고 생각해 보아도
바르다는 말, 참 알아듣기 힘든
 
△권상진 시인 : 1972년 경북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 활동. 2015년 복숭아문학상 대상 수상. 2018년 경주문학상 수상. 저서 '사람의 얼굴', 시집 '눈물 이후'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오른손은 옳은 것, 바른 것 왼손은 그른 것, 온전한 것에서 덜 떨어진 어떤 것, 이것이 오른손과 왼손에 대한 인식의 성립이다. 오랑우탄은 약 66%가 왼손잡이고 캥거루는 거의 95%가 왼발잡이라고 한다.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만들어 놓고 일률적이기를 원한다. '지구의 자전축이 반대로 기울어져 있었다면' 왼손으로 악수하고 왼손으로 밥을 먹고 또 '오른손잡이의 날'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른손이 바른손이 된 이유를 모른 채 아이를 길렀다. 큰애가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코를 푸는 것이었다. 소꿉놀이 가위질도, 칼질도 왼손이었다. 덜 떨어진 것 같고 어설퍼서 살을 자르고 피를 낼 것만 같았다. 도무지 고쳐지지 않았다. 초등 입학 후, 쓴 글씨를 뭉개는 새까매진 손을 더는 볼 수 없어 회초리를 써 달라고 담임선생님께 사정을 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자율성을 무시하고 유전적 요소까지 거둬버린 미련한 엄마였다. 빨래는 왼손으로 짜고 괭이 삽질도 왼손 왼발잡이 엄마와, 왼손으로 돈을 세는 아빠 사이에서 큰아이는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것이다. 왼손으로 칼질하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저어 음식을 만들고 글씨만 오른손잡이인 큰애의 아이들은 올 왼손잡이다. 사위까지 식구 네 명이 모두 왼손잡이인걸 보면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된다. 참 별것 아닌 것을 별나게 취급했으니 매사 같은 경우를 곰곰 되씹어 봐야 되겠다.

 남과 다르다는 편견에 대해 시인은 왼손잡이라는 시를 통하여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한쪽만 보는 외눈박이를 벗어나는 것은 내가 열려 있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시를 읽는 힘은 맹아를 싹 틔우는 일이다. 한 편의 시가 내 꽃눈을 열게 하는 힘의 마술이 된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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