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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탄생지인 울산 중구가 '한글도시 만들기'에 본격 나섰다고 해 기대를 더한다.

중구는 올해 한글을 대표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키고자 '한글도시 울산중구 만들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한글 관련 사업을 다양화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글 도시의 기반조성을 통해 '한글·역사·문화 특구'로 지정되도록 하겠다는 야무진 의지도 내비쳤다니 매우 고무적이다.

외솔에 대한 공무원들의 열정과 주민들의 관심에 비쳐 보면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특히 한글문화도시 중구라는 인식과 자존감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되겠지만 그동안 한글사용의 잘못된 언어 습관과 무뎌진 역사의식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나름 장점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한글파괴 현상과 무분별한 외래어 오·남용은 심각한 지경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 노력하는 이들도 많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SNS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는 한글은 온통 축약되거나 뒤틀려 있다. 또한 생활 주변에 걸려있는 각종 현수막이나 광고물의 언어 파괴 현상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정부 기관의 각종 홍보물에서도 국적 불명의 단어·어휘들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세대 간, 집단 간, 지역 간, 성별 간 소통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냥 방치할 수 없다.

중구가 특구 지정을 비롯해 올해 안으로 한글도시 선포식 개최, 한글사랑 추진위원회 구성, 울산광역시 중구 한글사랑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 외솔기념관 재단장 등을 시행하겠다는 것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의욕만 앞세워서는 안 될 일이다. 구호성이거나 장밋빛 계획만 나열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행정 내부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공문서 등의 작성 시 한글 쓰기를 시행하고, 각종 사업 및 시설 이름의 한글 쓰기 등도 필요하다. 더불어 한글 관련 사업 추진의 내실화와 주민 참여 프로그램 발굴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큰 틀에서 바른 방향을 설정한 만큼 지역 여건을 반영한 한글사랑 실천운동과 한글사용 사회 분위기 조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성공을 담보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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