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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전국 최초로 국제표준을 반영한 인권과 성평등 기반의 '포괄적 성교육' 도입 의지를 밝힌 바가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전체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고등학교 1학년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성교육 집중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 협의회'를 열고 학생과 교원의 성인지 감수성 강화를 위한 학생 성교육 집중학년제와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성교육 집중학년제 교육 위탁기관인 울산청소년성문화센터를 방문해 학생 성교육 체험프로그램을 점검하고 학교 성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학생들의 성교육에 대한 시교육청의 추진의지와 실천방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라는 현실에 충격을 받은 학부모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성희롱·성폭력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 문화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경각심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이런 가운데 시교육청의 성교육 집중학년제 운영은 학생들의 성인권 침해를 보호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 중 하나가 교육방법이나 프로그램에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교육은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체험기관 교육(3차시·120분), 학교로 찾아가는 성교육(2차시·80분)을 하게 된다. 또 중학교 1학년은 성인지교육 강사가 학교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성인지교육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은 교육청이 제공하는 공동강의안을 활용해 학교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권리를 이해하고 보호능력을 높여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교사들부터 인식 전환이 없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모든 학교 구성원이 성적 존재로서의 자율권이 인정받도록 하는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지속적인 실행·점검과 함께 담임교사가 일상의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성교육 집중학년제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교육구성원의 신뢰와 협심이 필수다. 그래야만 성교육의 효과를 담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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