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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 월계초 교사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이었던 충남 강경여고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하신 선생님,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한 데서 시작됐다. 
 
1964년부터' 스승의 날'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이해에 날짜도 5월 26일로 변경됐다. 1965년부터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바뀌었고, 1966년부터 대한적십자사에서 스승의 날 노래를 방송 매체에 보급하면서 노래와 함께 행사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됐다. 
 
그러나 1973년 3월 교육 관련 모든 행사가 '국민교육헌장선포일'로 통합되면서 스승의 날은 1981년까지 금지됐다. 이후 1982년 5월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9년 만에 부활했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저번 주 토요일은 제40주년 스승의 날이었다. 1993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해마다 스승의 날을 맞이했음에도 그 유래가 궁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 '다음 백과'에서 '스승의 날 유래'를 검색하면서 '내가 나이를 먹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흰머리가 늘고 과거의 인물이나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르고 익숙했던 것이 자꾸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 등을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쉬는 시간에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접고 꾸미고 오려 붙인 카네이션 꽃을 카드나 편지 등과 함께 책상 위에 놓고 갔다. 작은 글씨들이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불현듯 나를 어린 시절로 이끌었다.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 5학년 때 총각 선생님으로 전근을 오셨는데, 6학년 때는 결혼을 해 유부남 선생님이 되셨다. 
 
어린 시절의 내 기억에 우리 담임선생님은 미남이시고, 공부도 열심히 잘 가르쳐 주셨다. 때때로 남아서 환경정리나 학습지 채점 등 소일거리나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셔서 참 좋았다. 
 
점심 도시락이 부실해 수업을 마치고 배가 고픈 날은 괜히 남아서 선생님께 할 일이 없냐고 배짱 좋게 물어보기도 했다. 
 
5학년 때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친구들이 독서 부장에 뽑아 줬다. 
 
당시 학교 도서관 현판에는 '책 속에 보물이 있다. 많이 읽어 찾아내자'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씌어 있었고, 그 글귀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은 '어린 나'는 책 속에 보물을 찾기 위해 틈날 때마다 도서관의 책들을 읽었다. 
 
덕분에 담임선생님께서 글쓰기 담당 선생님께 나를 소개해 주셨고, 1주일에 2~3번 정도 '시조'라는 갈래의 글을 처음으로 배우게 됐다. 
 
두 달여 뒤에는 김해시교육청 시조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운이 좋아서 2등을 했다. 예상외의 좋은 결과로 나는 학교를 빛낸 인물로 상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중앙현관 앞 게시판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졸업할 때까지 걸려 있었다. 
 
운 좋게도 6학년 때도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선생님께서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모두에게 수학 공부를 열심히 시키셨다. 
 
그 덕분에 나는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고, 어렵지 않게 중학교 공부를 해낼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우신 선생님이시다. 고맙다는 말밖에 더 이상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학생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잘하는 점이 빛날 수 있도록 묵묵히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나의 노력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학생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생님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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