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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기(佛紀)'는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하는 서기(西紀)와 달리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해를 기준으로 삼아 연대를 표시한 '불멸기원(佛滅紀元)'의 준말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는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사회 속에서 부처님의 자비 광명을 담은 등을 밝힘으로써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선정됐다고 한다. 지역의 크고 작은 사찰들도 일제히 이날을 맞아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환하게 밝혔다. 
 
지난 15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연등법회 및 연등회 유네스코 등재 기념식'도 열었다. 특히 지난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처음 열린 올해 연등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규모 연등 행렬은 하지 않고, 사찰별 상황에 맞게 소규모 행렬만 진행하고 홈페이지에 온라인 연등 행렬 코너를 만들어 온라인 행진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연등법회는 희망과 치유의 등 공양과 점등, 연등 메시지, 발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또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념식은 등재 인증서 전달과 축하 공연 등으로 이뤄졌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선지식을 맞아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고, 국경이라는 경계는 의미가 없으며, 분별심으로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어 변화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이웃과 동행하는 일이 나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자비의 일상적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전했다.
 
지역의 정광사와 정토사, 백양사, 문수사 등에서도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온 뜻을 기리며 자비광명을 비추는 참 불자가 되길 당부했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반목과 갈등은 심해지고 있다. 경제난으로 영세점포가 줄지어 폐업하고, 청년층의 취업난도 가속화되고 있다. 
 
불자들에게 있어 부처님 오신 날이야말로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부처님처럼 살고자 한다면 어떻게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그저 해마다 반복되는 연중행사를 치르는 하루로 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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