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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보이'
'쿨보이'

'화성에 간 내 동생'으로 국내에 소개된 사소 요코의 작품입니다. 독특한 구성과 기막힌 반전으로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NHK 청소년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약한 소리를 할지도 모를 자신을 숨기기 위한 포장들을 모두 걷어 내고, 진실한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보게 된, 호시노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책 소개)

엘리트 코스를 거쳐 돈 많이 버는 기업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가진 호시노 유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입니다. 호시노는 똑 부러진 듯 보이지만 불안한 마음을 냉소로 숨기는 평범한 사춘기 남자 아이입니다. 호시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예습과 복습에 열을 올리는 모범생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호시노 엄마는 아버지의 고향집으로 내려가자고 합니다. 몇 년 전 할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혼자 있으니 시골로 가자는 엄마 때문에 호시노 인생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곳에서 호시노를 기다리는 것은 치매 초기를 겪고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반 학생 셋입니다. 호시노는 남자이기를 거부하는 애, 바보로 보이는 애, 말하기를 거부하는 애, 셋 모두 비정상이라 생각하며 어울리기를 거부합니다.
 이런 호시노를 위로하는 것은 아버지의 편지입니다. 회사 일로 외국에 파견된 아버지는 호시노를 위로합니다.
 
 "지구상에는 자신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간과,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인간이 많이 있단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북적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이란다. 모도와 잘 지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단다. 당연히 충돌도 생기지. 인간은 부대끼면서 강해지거든.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냐"
 호시노의 아버지는 편지로 아들을 위로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편지는 호시노의 속임수였습니다. 어른인 척, 모든 것을 초월한 척하는 호시노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트라우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호시노는 아버지의 죽음을 무시하기 위해 아버지 앞으로 메일을 썼습니다. 싱가포르 회사에서 아버지가 사용하던 주소는 벌써 없어졌기 때문에, 보낼 곳이 없는 글을 디스크 안에 넣고, 한참 지난 뒤에 무엇을 썼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 자신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상당히 무서운 일이에요. 주위 사람들에게 거짓말이 들키지 않는 한 비난 당하지 않고 끝나기 때문이죠. 죄책감이 없어지면 마지막 제어장치가 거의 듣지 않아서 자신이 만든 거짓 세계에 목까지 푹 잠겨 버려요"
 
 호시노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가족의 죽음이 예상치 않은 순간에 일어나는 걸 뉴스로 목격합니다. 가족이 버스를 타고 가다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고, 코로나 백신을 맞아 갑자기 죽고,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대신 죽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가족의 죽음은 남은 가족에겐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쿨보이' 주인공 호시노처럼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인간에게 죽음은 자기 죽음이든, 가족의 죽음이든 큰 숙제로 남는 것 같습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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