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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산업단지의 근무형태가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겠다'는 현장의 요구가 늘면서 근로 현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년 전 시범 시행을 통해 올해부터 4조2교대제를 운영 중인 에쓰오일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본격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021년도 단체협약 갱신 교섭에서 현행 4조3교대 근무 형태를 4조2교대 전환에 필요한 사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노사 공동 TF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4조2교대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제대로 정착하려면 선행돼야 할 문제가 많아서다.

기존 도입 사례를 보면 20~30%가량의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고, 특근이 줄면서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도 1년 6개월 동안 거친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실제 4조2교대는 4개 근무조 중 2개 조는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근무 형태다.

근무시간은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몰아 쉬기 때문에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한 대신 일을 하지 않는 휴무일이 연간 80일 정도 많아진다. 낮 근무와 밤 근무를 교대하는 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근무시간 변경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생산성 개선 효과도 크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산 규모와 작업 여건, 노동강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더 많은 기업으로의 확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산업계 중론이고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울산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인 한화솔루션, 온산공단에 제련소를 둔 LS니꼬동제련 등은 4조2교대 도입을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점은 깊이 고민해 볼 사안이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 사업장이지만 교대 투입되는 근로자가 총 400명 정도다. 일단 업무 시간 및 노동강도 가중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생산 현장에서의 요구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산업 안전이 강조되는 시대적 요구에서 길게 쉬고 출근했을 때 업무 적응·몰입도가 떨어져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4조2교대제는 노사 신뢰와 상생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노사갈등이 심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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