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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색채학박사
신선영 색채학박사

우리는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 안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제 곧'이라는 기대는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또다시 새로운 공포와 낙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려는 소극적 저항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인간은 특정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에 담긴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마음의 언어를 사용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Untact) 수업' '확찐자'처럼 많은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경험하는 우리의 마음을 색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과 같이 코로나19의 상황과 연관된 색상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의 우울증을 표현하던 코로나 블루는 회복의 희망이 멀어지면서 우울감을 넘어 짜증과 분노를 나타내는 코로나 레드로 바뀌고, 수없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절망감을 나타내는 코로나 블랙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적 상황을 블루, 레드, 블랙과 같은 색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색이 가지고 있는 특성, 즉 고유의 색 감정 때문이다. 
 
우울, 분노, 절망이라는 인간의 감정들을 색과 연관 지어 표현한 이유는 색이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색에는 색마다 의미가 있고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색은 자신의 성격,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색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오늘날까지의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색에는 긍정적인 느낌과 부정적인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 
 
색과 감정에 관련된 많은 실험의 결과에서 보면 파란색(Blue)은 차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의 색, 억제와 집중의 심리가 반영된 색으로 과하게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집중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특성이 있지만, 파란색에 너무 깊이 심취하게 되면 우울증과 외로움이 올 수 있다. 빨간색(Red)은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열정적인 에너지의 색이기도 하지만 후뇌를 자극시켜 인간의 사고력과 행동에 변화를 준다. 빨간색 환경에 과하게 노출되면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정색(Black)은 어둠, 공포, 두려움의 감정을 나타내는 색으로 검정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외향적으로는 대부분 온순하나 내면적으로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억누르거나 통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코로나 블루(Blue), 코로나 레드(Red), 코로나 블랙(Black)'은 코로나19의 힘든 상황과 각각의 색 감정 중에서 부정적인 의미들이 결합된 표현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얼굴과 혈압, 심장박동 등을 통해 표출된다. 그런데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을 경우, 우울증을 겪거나 감정이 쌓여서 폭발하거나 장기간 몸에 남아 고인 물이 썩어 주변을 죽이는 것처럼 정신과 육체를 손상시킨다. 우리가 매일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들, 특히 고통스럽고 힘든 감정들을 표출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병이 되듯이 감정을 풀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뇌의 편도핵(편도체의 핵)이 정서 전이 현상으로 생리 활성화를 촉진해 정보의 인식 처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우리의 뇌에서 감성과 이성적 판단은 구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심리적 불안감을 계속 느낄 경우, 기억, 이성적 판단 등이 어려워져 이성적 행동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블루와 레드 그리고 블랙의 세상은 빠른 시간 안에 극복되고 치유돼져야만 한다. 
 
희망의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그린(Green)'이다. 그린(Green)은 희망, 평온, 안전의 색으로 모든 색의 균형을 잡아주는 색이다. 우리의 눈은 정확하게 망막에서 녹색을 감지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가장 편안한 색이며 어떤 색보다도 치료의 역할이 큰 색이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플랜테리어(Planterior)는 코로나 그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이라는 뜻의 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식물을 소품처럼 사용하는 인테리어 트렌드다. 최근 개점과 함께 높은 매출을 달성한 '더현대 서울'은 다양하고 규모가 큰 플랜테리어를 도입해 매력적인 상업공간을 완성했고, 이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카페나 상업공간에도 다양한 유형의 플랜테리어가 도입돼 코로나19에 지친 마음들을 치유하고 있다. 고객들이 이 공간을 찾는 이유는 소비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의 절망 속에서 녹색공간 체험을 통한 치유의 경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녹색으로 가득한 주변의 공원이나 숲길을 걷는 것은 그 어느 때 보다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다. 코로나 그린을 통해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을 이겨내는 치유와 극복의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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