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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우 이학박사·울들병원 건강연구소장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맞이하는 두 번째 추석이다. 
 
정부도 올 추석은 8명까지 가족 모임을 허락한다고 하니 모처럼 가족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설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올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석이 떠올랐다.
 
필자가 어렸을 때 추석은 생일보다 더 신나는 날이었다. 어머니께선 추석이 다가오면 새 옷을 사주셨고, 평소에는 잘 먹을 수 없었던 소고기 육전과 새우튀김 등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도 잘 모르지만 우리 집에 인사 오신 친척 어른들은 용돈을 두둑하게 주셨고, 나는 그 돈으로 평소에 살 수 없었던 값비싼 장난감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마냥 좋았다.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는 내가 집안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도 드리고 손아래 아이들에게는 용돈을 나눠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어른으로서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명절 때마다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 등을 집사람과 상의하면서 종종 다툴 때도 있었고, 심한 갈등으로 이혼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구정이나 추석 명절이 지나면 이혼 건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3월 인구동향'을 보면, 2021년 3월 이혼 건수는 9,074건으로 2020년 3월 7,296건과 비교해 1,778건으로 24.4%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구정 명절 동안의 부부갈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전혀 생소하지도 않다. 
 
사실 명절 이혼의 배경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혼이 증가했다. 
 
1997년 9만 1,160건이던 이혼 건수는 1998년 11만 6,294건으로 27.6% 증가했고, 2002년 14만 4,910건이던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 6,617건으로 증가했으며, 2008년 11만 6,535건이던 이혼 건수는 2009년 12만 3,999건으로 증가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내키지 않는 명절 모임은 가족 간 비극도 종종 초래한다. 명절에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선 노부모 부양 문제, 제사 문제, 경조사 문제 등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엔 가정폭력, 방화, 살인, 자살 등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명절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한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 및 입건' 자료에 따르면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2017년 2,447건, 2018년 3,003건, 2019년 3,125건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9년 추석 연휴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 1,041.7건은 당해 전체 하루 평균 659건보다 58.1%나 많은 양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는 추석 명절을 슬기롭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 명절에 시댁과 처가를 서로 다녀오면서 힘들었던 점을 하소연하면 서로에게 공감하는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한 명이 화를 냈을 때, 다른 한 명은 화를 참는 노력을 해보자. 또한 제 자식보다 사위나 며느리가 더 고생 많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 노력을 해보자.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다가오는 추석 명절은 부디 가족 간의 갈등 없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따뜻한 시간 보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통이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남녀평등 시대가 확실해진 오늘날 명절 문화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며 명절에 친정방문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시댁을 다녀온 후 처가를 찾아가는 것이 명절문화가 됐다. 
 
오늘날에는 구정은 시댁 먼저, 추석은 처가 먼저 방문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몇몇 젊은 부부들은 명절마다 각자의 본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이 모두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의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찾아낸 슬기로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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