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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싶은 너라는 책'
'내가 읽고 싶은 너라는 책'

집이 너무 가난하여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게 소원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5녀 1남에 맏이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던 해에 약초꾼이던 아버지가 독사에 물려 시력을 잃었다. 그 후 어머니는 막노동 현장에 나가서 어렵게 생계를 이끌어 나갔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월사금을 내지 못하여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막 입학한 두 살 아래 동생을 위해서라도 그만두고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오후가 되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과 초라함이 밀려와 견딜 수 없는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동생들과 앞 못 보는 아버지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아버지가 하시던 약초 캐는 일을 했다. 담임선생님과 한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토, 일요일에는 집에 찾아와 학교 못 나오는 제자를 위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주워 모아놓은 쓸만한 몽당연필과 노트를 내밀면서 숙제도 내주고 학습지도를 해주었다. 힘들어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늘 입버릇처럼 늘 가르침을 주던 선생님은 몇 년 후 다른 학교로 전근 간 다음 10년 후쯤 정년퇴직하고 고향으로 와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일만 하는 제자를 보고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남들은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나이에 중등과정까지 검정고시를 봤고 동생들을 학비도 충당해야 했기에 한약방에서 잡일을 하면서 저녁에는 고깃집에서 숯불 피우는 일과 불판 닦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일하는 한약방으로 선생님이 찾아와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선물로 주면서 포기하지 말라며 남들보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가는 것뿐이라고 그러다 보면 언제가 도달하리라고 응원해주던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몽당연필을 잡았고 고등학교 검정고시와 한의대를 졸업했다. 누구보다 기뻐하던 선생님은 한의사로 근무하는 제자의 단골 환자가 되었다는 학교 다니길 소원했던 그때 그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다음 아래의 글은 성환희 시인의 '꽃'이라는 청소년 동시이다.
 
 "가장 먼저 피었다고 /너만이 꽃이라고/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너무 늦게 피었다고/너는 꽃이 아니라고/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우리는 서로/꽃 피는 날이 다를 뿐,//너는 꽃이다 나도 꽃이다/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나 너를 기다리고 너 나를 기다리는/우리는, 꽃이다"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성환희 시인은 울산아동문학 회원이며 청소년시집 '내가 읽고 싶은 너라는 책'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콘텐츠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었고, 동시집 '궁금한 길'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궁금한 길' '인기 많은 나' '좋겠다, 별똥별' '놀래 놀래' '내가 읽고 싶은 너라는 책' 그 외 다수 시집이 있다.
 
 몇 년 전에 성환희 시인으로부터 동시집 '내가 읽고 싶은 너라는 책'을 선물 받으면서 그 책 속에 '꽃'이라는 동시를 보고 그때 그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필자는 '꽃'이라는 이 시를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 좀 늦게 피면 어때! 늦게 핀다고 꽃이 아닌 게 아니니 말이다. 5월에 피고 지는 장미도 아주 뒤늦은 12월 아파트 담장에 홀로 안간힘을 다해 피웠다고 누가 꽃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참! 힘이 나게 하는 시 한 편이다. 필자도 못다 핀 꿈과 희망, 오므린 채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봉우리에 두 주먹에 힘을 불끈 쥐도록 일깨워주는 시인의 글이 감사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서순옥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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