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이숙 수필가
강이숙 수필가

세상의 빛이 돼 희망을 꿈꾸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북구 양정동에 자리한 동광학교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야학(野學)으로 배우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누구나 와서 공부할 수 있는, 시민들이 세우고 운영하는 열린 공간의 학습장이다. 

내가 동광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수필문학회 동료인 육종숙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둘은 10여 년을 함께 하면서 지금까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선생님이 동광학교에서 자원봉사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작년 늦가을로 기억되는데 우리 문학회 소통 방에 동광학교 겨울 난방비 마련 모금 운동을 한다는 내용이 떴다. 자체 만든 스카프를 판매해서 그 기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평소에 육 선생님의 봉사 정신을 높이 사 왔기에 한달음에 참여 의사를 전했다. 

스카프는 고사하고 소정의 금액을 기부하기로 하고 바로 이체했다.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와 함께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여름에 우리 문학회 사무실 이전일로 육 선생님과 단둘이 만나는 일이 있었다. 나는 동광학교의 당면 과제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학교는 잘 운영이 되고 있는지, 내가 도와줄 일이 뭐가 있겠느냐 등 애정 어린 관심을 표했다. 선생님은 일회 성에 그치는 일시적인 후원이 아니라 금액이 적더라도 정기 기부를 하는 후원자가 좀 많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중의 한 명이 되기로 하고 바로 정기후원자에 이름을 올렸다.

첫 달 후원금이 들어가고 조형래 교무부장 선생님으로부터 월말 회계와 주요 행사 등이 담긴 현황들이 문자로 전달돼왔다. 한낱 일반 시민 후원자에까지 예를 다하는 모습에 한 식구가 된 신뢰와 친근감이 들었다. 

5월에 보내준 50년간의 역사가 담긴 학교 사진 전시행사는 동광학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울산 MBC 뉴스데스크 주인공 이정자 어르신의 '여든의 청춘 80세 만학도의 도전'은 늦깎이 수험생으로, 체육지도사로 맹활약을 떨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8월에는 2회 검정고시에 응시하신 4분의 소식을 보내줬는데 모두 합격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 달은 그동안 숙원이던 냉난방기를 드디어 설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떴다. 그리고 울산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무려 4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아 학교를 빛낸 빅뉴스가 휴대폰 화면을 가득 장식했다. 더군다나 김유화 학생이 으뜸상인 시장상을 받아 동광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돼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수상작 '바쁘다 바빠'를 거듭 음미하면서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열정적인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새 희망 속에 꿈을 키우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전당을 마련해 준 동광학교가 반세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니 너무나 뜻깊고 감회가 남다르다. 나이도 세월도 잊은 채 배움의 길에서 간단없는 향학열을 불태우며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거 같다.

오늘이 있기까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후학 양성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의 헌신적인 애정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고 도움을 준다는 건 참으로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길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기에 남에게 나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에 오래오래 동광학교와 함께 할 것이다.

새 세상을 꿈꾸는 학교, 동광의 빛이 동녘 하늘에 찬란히 솟아오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