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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선적부두의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가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타격도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데다 완성차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와 러시아에 부품을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대러 금융·무역제재 강화 조치를 잇따라 시행하면서 자동차 업계 수출은 당분간 위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4일 미국은 러시아 제재에서 과거 중국 화웨이를 제재한 근거인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했다. 제3국 제품이더라도 미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제품은 대러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도 배제했다. SWIFT에는 200여 개국 1만 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한 상태다. 결제망 배제는 러시아 기업,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와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러 교역 규모는 273억달러(약 32조 9,000억원)이다. 전체의 2.2%다. 자동차(25.5%)와 자동차부품(15.1%)이 가장 많았고 철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의 순이다.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직접적인 생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 준공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약 23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유럽에서 상당 부분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기아 20만 6,000대, 현대차 17만 2,000대 등 총 38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현지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에 이어 2위, 3위를 차지하는 기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러시아 권역에서 전년 대비 5.8% 성장한 45만 5,000대를 판매 목표로 세웠지만, 이번 사태로 달성이 쉽지 않게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현지의 내수 판매가 약 29%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대러 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부품업체들도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 규모는 약 15억 달러(약 1조 8,00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입장에서 러시아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러시아로 수출한 자동차 부품의 90% 이상은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으로 납품된다.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 가동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수출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릴 수 있지만, 부품업계는 그럴 수 없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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