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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엄마가 사는 집은 언제나 절벽이다.
아무도 살 수 없는 곳, 살아가기 불가능한 곳에 집을 짓고 산다.
그 절벽에 몸을 붙이고 씨앗을 낳고 죽어간다.
봄이면, 그 절벽의 씨앗은 엄마처럼 싹을 틔울 것이다.
담쟁이 시리즈 사진 작업을 하면서 언제나 생각나는 시
도종환의 ‘담쟁이’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벽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을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