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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위험 경고등이 심상찮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내수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 하반기엔 대외 리스크 확대로 수출 호조세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와 우려를 더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최근 발표한 '수출경기의 현황과 주요 리스크 요인' 보고서를 보면 앞이 캄캄하다. 올 하반기 이후 대외 불안 요인 확대로 수출 사이클 전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 기준금리 인상 영향 등을 해결할 뾰족한 묘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보고서가 꼽은 하반기 수출의 4대 리스크는 중국의 성장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긴축, 그리고 엔저 장기화 등인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주로 대외적 요인이 얽히고설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56%포인트 더 떨어지고, 20% 줄어들 땐 1.13%포인트 추가 하락한다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경기 위축은 곧 국내 성장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중·일·러 '4대 리스크'에 국내 수출 불안감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걸림돌인 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러시아 비중은 1.5%, 우크라이나는 0.1%로 매우 작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교역 비중이 높은 유럽연합의 경제 위축, 필수 원자재 수급 차질, 러시아산 중간재 공급 감소 등이 국내 수출에 간접적 영향을 입힐 수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 불안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게 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발생한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재정 취약국의 금융 불안과 수요 위축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15년 우리나라의 대신흥국 수출 증가율은 -9.3%, 2016년에는 -6.3%를 기록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또 엔화 약세도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크다. 원-엔 환율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000원대를 밑돌고 있다. 국내 제품의 브랜드 및 품질경쟁력 등이 높아지고 있고 또 수출에 있어 과거보다 엔저 영향력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등 일부 주력 품목은 여전히 주요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도가 높기에 수출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 명백하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대내외적 엉킨 실타래 풀어가야
 이뿐이 아니다. 기재부와 한은, 통계청 등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가 8,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4개월 만이라고 한다. 4월 외국인 배당지급 확대에 따른 일시적 적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수입 증가세가 수출보다 빨라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경상·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 경고음도 들리는 형국이다. 최근 조사에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4월 생산·소비·투자는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하락하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경고한 상태다. 곳곳에 숨겨진 지뢰밭 때문에 경제 관련 전망은 한숨밖에 안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지속되면서 물류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지경이다. 경제계가 화물연대의 즉각적인 총파업 철회와 함께 정부에 업무개시명령 등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절박한 심정을 나타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가 비상수송대책을 통한 물류대란 최소화, 대화를 통한 원만한 문제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집단운송거부로 경제적 피해는 물론 국민생활 불편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 만큼 각 경제주체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함으로써 엉킨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가는 지혜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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