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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 인해 난항을 겪던 울산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도사업이, '샌드박스'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롯데정밀화학이 울산사업장에 세계 최대 수소 추출 설비를 지을 수 있게 됐고, SK루브리컨츠가 폐윤활유로 새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열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추출 설비 구축 및 운영(롯데정밀화학) △폐윤활유를 재활용한 저탄소 윤활기유 생산(SK루브리컨츠) 등 14건의 안건을 승인했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기술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이번 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NH3)를 수소(H2)와 질소(N2)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H2)만 추출해내는 설비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울산사업장에 설비를 넣을 수 있게 됐다. 
 암모니아로 청정 수소를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고,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만들 수 있어 저장·운송이 쉽다. 하지만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설비에 관한 안전기준이 없어 제조허가 및 검사 자체가 불가능해 그동안 국내에 설비를 건설할 수 없었다.

 롯데정밀화학은 울산사업장 설비 구축에 앞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부 등 관계부처는 실증사업을 토대로 해당 설비에 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울산사업장에 세계 최대규모인 1,000Nm3/h(노멀입방미터시)급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수소 추출 시스템을 우선 검증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확보해 2025년 이후 국산 설비 상용화를 추진해 향후에도 청정 암모니아·수소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의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기술도 실증에 돌입한다. 폐윤활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된 폐윤활유를 윤활기유 제조공정에 투입해 새로운 윤활유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윤활유는 탄소배출이 적고, 미국석유협회 분류기준의 그룹Ⅲ(황 함량 300ppm 이하, 포화도 90%이상, 점도지수 120Ⅵ 이상)에 해당하는 양질의 제품이다. 국내 석유사업법상 윤활유를 만들려면 석유와 석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폐윤활유 혼합물질은 석유나 석유제품에 해당하지 않아, 윤활유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술 개발을 완료한 SK루브리컨츠는 규제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는 "자원 순환경제 조성 및 탄소중립 기여 측면에서 폐윤활유를 활용한 저탄소 윤활유 생산의 실증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생산제품은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에 상시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SK루브리컨츠는 "폐윤활유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함에 따라 기존 폐윤활유 활용 방식 대비 수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천연가스 감압발전 전력을 쇼핑몰에 직접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및 운영'(한국가스공)과 휠체어 장애인의 여행 짐 덜어줄 수 있는 '인천공항 입국 휠체어장애인 짐찾기 도움 서비스(굿럭컴퍼니) 등도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상의 측은 "해외선 되는데 국내선 안되는 사업이 있다면 샌드박스로 먼저 우회로를 뚫고 법령 개정을 통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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