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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명 호계중 교사
조한명 호계중 교사

교사는 임용되고 1급 정교사가 되기를 기다린다. 사범대나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2급 정교사 자격이 주어진다. 3년이 지나고 1급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 한 달 정도의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이번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지난 3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연수가 열리는 해당 대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연수 방법을 온라인으로 바꿔 놓았다. 올해는 대면 연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어김없이 실시간 온라인 연수로 대체됐고 시험만 직접 가서 치면 됐다.

충남대학교에서 오픈한 기술 교과 1급 정교사 자격 공통 과목과 전공과목으로 나뉜다. 공통 과목은 교사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들로 민주, 진로, 인문학적 소양, 장애 이해 등을 배울 수 있는 연수다.

전공과목은 기술 교사로서 전문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과목들로 구성되고 이 과목들은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기도 하다. 수업 내용 중 이전에 공부했던 내용은 다시 되새기며 나의 것으로 만들었고 새로운 지식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수업을 들었다.

대학 교수, 현직 교사, 전문 강사 등이 하는 다양한 연수 중 나에게는 현직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서 적용했던 수업 혁신사례와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는 연수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기억에 남았다. 현직이면서 교직 선배인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활용했던 다양하고 혁신적인 도구와 실습 주제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을 설계하고 준비했다고 자부한 나의 지난 3년을 돌아보게 됐다. 특히 다채로운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어느 교사의 경험담은 나에게 2학기 개학과 동시에 반드시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해 봐야겠다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 그 방법은 내 수업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해보는 것이다. 익명의 설문조사를 하면 학생들이 수업의 방법과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공 지식과 공통 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이 앞으로의 교직 생활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1급 정교사 자격연수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바로 위에서 얘기한 학생과 소통하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무사히 끝나고 2학기가 개학했다. 연수 때 결심했던 대로 3학년 수업 첫 시간에 1학기 수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 익명으로 진행했고 질문은 '선생님과 함께 수업했을 때 좋았던 점' '선생님과 함께 수업했을 때 싫었던 점' '앞으로 기술 수업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이렇게 3개로 준비했다. 아이들은 설문조사라고 하자 바로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 설문조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익명으로 한다고 하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설문조사에 임했다. 

한 주가 지나고 14개 반의 설문조사를 다 받았다. 두려움과 기대를 가지고 1반부터 천천히 읽어 보았다.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실습을 많이 해서 좋았어요' '기술 수업을 하고 나면 지식이 쌓이는 것 같아요' 등 나를 기쁘게 하고 흥분되게 하는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고 '내용이 어려워요' '지루해요' 등 마음을 후벼 파고 반성하게 만드는 답변도 있었다.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수업부터 적용해 변화를 줬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냥 설문 조사한 것이 아니네요' '제가 적은 내용이 반영돼서 감동이에요'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반응을 보여준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요즘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하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가능한 것은 반영하는 것도 학습자 중심 수업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1급 정교사 자격연수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이 최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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