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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3·8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전대는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며 “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러 보내선 안 된다.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다"며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초선의원 50명이 자신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데 대해 “초선의원들의 처지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며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며 “국민들께 좋지 않은 모습은 보여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게는 출마 결정보다 불출마 결정이 훨씬 더 어려운 결정이었다. 솔로몬 재판의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당 대표 지지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나 전 의원이 불출마로 기울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당권 도전에 여전히 부정적인 대통령실의 기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을 놓고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대통령실과 초선의원들의 비판에 직면하자 사흘만에 “대통령께 누가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또 윤 대통령의 '해임' 조치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멀어지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잇따라 밀린 것도 불출마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로 인해 당권 구도가 김·안 의원 간 양자 구도로 재편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 전 의원의 '이탈'이 각 주자에 어떤 유불리로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전대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특정 후보 지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두 의원 측은 서로 나 전 의원의 지지세를 흡수하기 위해 '당심' 구애에 전력을 기울릴 방침이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을 누가 흡수하는가에 따라 전대 구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 쪽을 지지했던 '범윤'(범윤석열)계 표심을 포함한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안 의원이 아닌 자신들에게 향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기류다. 특히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대세론 굳하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반면, 나 전 의원 지지층이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어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하는 안 의원으로 당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윤심을 앞세운 김 의원의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에 대한 반발 표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달 2~3일 후보 등록까지 김·안 두 의원 외 윤상현·조경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의 거취도 변수로 꼽힌다. 이번 전대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결선 투표로 갈지, 아니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날지 관심사다. 김응삼기자 us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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