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상님 산소 모실 사람이 없어서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매년 명절 조부의 산소를 방문하던 A씨(69)는 지난해 묘지개장을 하고 조부를 납골당에 모셨다.
아래 세대 친인척들이 명절에 모이지 않자 차례도 없어지고 더 이상 성묘할 사람도 없어진 탓이다.
이는 비단 A씨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묘지이장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울산지역에서 이·개장된 묘지는 60여 기에 이른다.
묘지이장 업계관계자는 "올 한 해 묘지 이·개장 건수 60여 건 중 약 70%는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 20~30%가 화장 후 납골당에 모시고 5% 안팎으로 다른 위치에 산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울산 5개 구·군에서 후손에게 방치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무연분묘도 77기가 개장돼 화장 처리됐다.
구청 관계자들은 무연분묘가 매년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고인을 모시는 산소가 점점 줄어들고 성묘문화도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윤달(양력 3월 22일~4월 19일)이 있어 업계에 묘지 이·개장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으며 대부분 산분장, 납골당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울산의 화장률은 94.5%로 2026년 99%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앞으로 산소에 고인을 모시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화장 후 봉안당에 모시는 추세에서 자연장 선호도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A씨는 "옛날과 다르게 교통이 좋아져 가족 얼굴 보고자 하면 쉽게 볼 수 있고 연락도 그때 그때 할 수 있어서 친인척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며 "사실 조부님 산소도 아래 세대 가족들은 얼굴도 못 본 사람인데 매년 시간 내서 성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내가 더 늙고 움직이지 못해 조상님 묘가 방치되기 전에 하루빨리 다른 방법으로 모시는 게 좋다고 판단해 묘지개장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창연기자 changy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