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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삼정병원 비뇨기수술센터 김정호 과장 수술 모습.
좋은삼정병원 비뇨기수술센터 김정호 과장 수술 모습.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고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다. 대부분의 암이 연령에 비례해 증가하고 비뇨기암 역시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폐암이나 위암, 대장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뇨기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소리가 "오래 살다 보니 희한한 병에 다 걸리네"라는 말이다. 이제 초고령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방광 질환에 대해 좋은삼정병원 비뇨기수술센터 김정호 과장으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 중년 위협하는 비뇨기암 중 하나
방광은 우리 몸의 골반 안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변을 저장하고 배설하는 주머니 같은 모양의 장기이다. 방광 내부는 제일 안쪽의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및 지방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변을 눌 때 배에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소변이 나오는 것은 방광을 구성하고 있는 배뇨근의 수축에 의한 것이다. 
 방광암은 요로상피세포가 여러 가지 발암물질에 의해 유전적 독성 영향을 받아 유전자가 변형이 되거나 세포가 본래 갖고 있던 유전적인 불안전성에 의해 자발적인 유전자 변화가 발생해서 상피조직 내에서 암세포로의 형질변환이 발생하면서 암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방광암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은 육안적 또는 현미경적 혈뇨이다. 대부분 통증이나 빈뇨 증상 등의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무통성 혈뇨를 호소하며 방광암 환자의 85%가 이런 무통성 혈뇨를 주소로 내원한다. 혈뇨의 정도는 암 덩어리의 크기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혈뇨라도 발견되면 꼭 방광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임상적으로 진단 가능한 방광암 환자는 거의 대부분 육안적 또는 현미경적 혈뇨를 동반하기 때문에 혈뇨가 있는 환자는 비뇨의학과 의사의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복부CT 촬영과 방광내시경 검사이다. 복부CT 검사는 CT영상을 통해 방광 내부에 종양 여부를 확인하고 종양이 있을 때에는 종양이 방광벽을 뚫고 방광 주위 연조직으로 침범했는지 평가할 수 있으며 전이 여부 확인에도 유용한 검사이다. 

 방광내시경 검사는 요도를 통해 직경이 가는 내시경을 삽입해 요도 및 방광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방광암의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방광내시경 검사는 시술자의 주관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내시경의 해상도도 중요하며 협대역 영상 강화 기술 (Narrow Band Imaging) 등 장비가 갖고 있는 보조 기능도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표재성 방광암'과 '침윤성 방광암'으로 구분
방광에 종양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 제일 먼저 하는 치료는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TUR-BT)로 종양을 제거하는 일이다. 요도를 통해 방광내시경을 삽입해 내시경 끝에 있는 작은 절제 기구로 확인되는 종양을 모두 제거하고 절제한 조직을 수거해 병리 분석을 시행해서 최종적으로 방광암에 대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병리 분석에서 방광암으로 결과가 나오면 방광암으로 진단을 받은 것이 되며, 이 때 근육층 침범을 기준으로 표재성 방광암과 침윤성 방광암으로 구분한다. 근육층 침범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표재성 방광암으로 부르고 종양의 크기, 개수 및 종양의 분화도에 따라 후속 치료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표재성 방광암으로 진단받은 대부분의 환자는 재발 억제 목적의 방광 내 약물 주입술 후속치료를 받게 된다. 가는 카테터를 요도를 통해 방광 안으로 삽입해 약물을 주입하는 것으로 약물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주 1회로 대개 6주간 시행하고 이후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입 횟수 및 시기를 조절한다. 표재성 방광암은 기본적으로 원발 장기를 보전하며 진행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재발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데 방광을 보전하기 위한 치료 과정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고 주치의는 주의 깊게 추적 검사를 시행해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고 또 발견되면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 

 얼마전 40대의 젊은 여성이 혈뇨로 내원했다. 방광내시경 결과 다발성 종양이 발견됐고 상태는 심각했다. 다행이 내시경적 종양절제술 결과에서 표재성 방광암으로 나와 방광을 보전하고 비교적 가벼운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의 약물치료로 치료할 수 있었다. 
 
# 남녀 환자따라 맞춤 수술 생존율 높여
새롭게 진단되는 방광암 환자 중 15~25%가 근육층 침범이 있는 침윤성 방광암으로 진단받고 표재성 방광암이라도 T1 병기 중 30~45%에서 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을 경험한다. 침윤성 방광암으로 진단되면 이환된 방광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삶의 질을 고려하여 간혹 침윤성 방광암에서도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를 시행하며 방광을 보존하는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방광을 제거하면 소변을 저장하는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요로전환술이 필요하게 되며 회장도관 요로전환술이나 신방광조성술을 시행한다. 방광적출술 및 요로전환술은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 모두 시행 가능하며 수술 시간이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비뇨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제일 힘들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이다. 남성에서는 방광과 붙어 있는 전립선을 같이 제거하며 아주 젊은 환자에서는 전립선을 보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여성에서는 질 침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질의 앞쪽 벽과 자궁, 난소를 같이 제거하는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 다른 장기를 다 보전하고 방광만 제거하여 성기능 보전 및 신방광조성술 후 요실금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골반 내 림프절 절제를 같이 시행하며 생존율 향상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호 좋은삼정병원 비뇨기수술센터 과장
김정호 좋은삼정병원 비뇨기수술센터 과장

 근치적 방광적출술은 수술 후에 요로전환이라는 신체에 매우 큰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침윤성 방광암에서는 방광적출술이 제일 중요한 치료이며 또한 진단 후 수술 시기가 늦어질수록 생존율이 낮아 진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잘 상의해 치료 시기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진단 후 3개월이내에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생존율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80대 고령의 어르신이 약 1년전부터 간헐적으로 지속된 혈뇨로 내원했다. 방광내시경 결과 방광경부에 다발성 종양이 발견되었고 내시경적 종양절제술에서 방광암이 근육층까지 침범한 침윤성 방광암으로 나왔다. 환자 및 보호자와 상의 후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진행한 결과 요루를 하고 있는 불편함이 있지만 혈뇨 등으로 소변 배출의 어려움은 없는 상태로 잘 지낼 수 있게 됐다.  

# 예방약 따로 없어 위험 인자 피하는 것이 최선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독성을 일으키는 유해 인자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다. 화학염색에 사용 되는 염색제, 연소가스나 석탄의 그을음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흡연이 가장 중요한 단일 위험인자로 약 4배 정도 방광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흡연을 하다 중단하면 발생 위험이 점차 감소하며 위험이 없어지기 까지는 약 20년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방광암 예방약은 따로 없지만 비타민A나 베타 카로틴이 방광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여기에 피할 수 있다면 여러 위험 인자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 하겠다.  김수빈기자 us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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