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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올여름 '냉방비 폭탄' 우려에 밤잠을 설칠 판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 인상으로 경영압박이 가중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가뜩이나 상호금융과 대부업체 등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비은행권의 중·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려온 탓에 위기감이 한계에 다다른 곳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그 여파로 사랑의 열매를 통해 힘든 이웃들에게 매월 정기적인 기부를 약속하는 '착한가게' 제도가 존폐위기에 처한 것을 보면 그 사정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만하다. 

 최근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시장 경기 악화로 소상공인들의 수익이 줄자 정기 기부를 차월하거나 심지어 1년에 한 번 기부를 진행하는 가게들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착한가게' 가입을 약속한 매장의 현판을 제작하는 도중 돌연 가게에서 가입 취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불구 연체율 코로나 이전 수준 높아져

 

 실제 3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이 45.8%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호금융 대출은 2.3 배로 뛰었다. 보험사에서도 2.1배로 불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 57.9% 증가했다. 게다가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에도 이미 연체율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돼 발등의 불을 끄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권은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마자 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자 지원 종료 시점이 무려 5차례나 연장됐다. 그럼에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오는 9월 금융지원 종료 이후 2금융권의 건전성 위기에도 크게 영향을 입힐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우려가 만만찮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나면 오름세인 연체율이 더 솟구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저소득 자영업자의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작년 3분기 0.7%에서 4분기 1.2%로 0.5%p 높아졌다. 이 계층의 연체율 1.2%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4분기(1.3%) 이후 3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연체율이 가장 빨리 오를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 이후 3년간 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계층도 저소득 자영업자였다는 것이다.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잔액 3년만에 70조→119조 69.4%나 불어

 

 무엇보다 심각성을 갖게 하는 부분이 저소득층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이다. 2019년 4분기 70조8,000억 원에서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 원으로 69.4%나 불었다. 더구나 중소득 자영업자의 작년 4분기 대출 잔액은 3분기보다 0.9% 줄어 2018년3분기(-0.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 0.8%, 0.9% 더 늘어 역대 최대 대출액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여느 때보다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그렇다고 정부도 그냥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들을 통해 기한 연장, 대환(대출 갈아타기), 일정 조정, 금리 인하 등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연착륙을 돕고 있다. 사회공헌, 상생 등의 의미도 있지만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징후를 빨리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고 내수 시장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출 상환 여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게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가뜩이나 부동산 PF대출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자영업자 부채 폭탄이 터지면 금융권 전반의 신용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 금융당국이 총체적 연착륙 밑그림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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