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데이트)폭력이 해마다 늘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현재 또는 과거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공격행위를 포괄적으로 뜻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검거된 이는 2014년 6,675명에서 지난해 1만 2,841명으로 증가했다. 8년 새 92.4%나 급증한 것이다. 방법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난폭해지면서 우려를 더한다.
최근 서울에서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30대 남성이 풀려난 뒤 곧바로 자신을 신고한 전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심각성을 더한 것은 경찰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귀가 조치한 후 10분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다는 점이다. 현행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피해자 보호조치가 규정돼 있으나 연인 간 범죄행위에는 마땅한 피해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의미여서 더 그렇다. 데이트폭력 사건 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보복 살인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기관의 안일한 인식과 부실한 법·제도가 또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낳은 셈이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법테두리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있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의료지원 등 전방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요인과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부터 서둘러 개선하는 게 순리다. 제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더불어 혼인·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는 법률상 문제부터 손질을 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조치가 지나치게 '정상가족' 틀 안에 매여 있는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장 국회에 계류돼 있는 데이트폭력 처벌법부터 시급히 입법화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