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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꽃비의 탄생 축하를 받으면서 태어난 아기가 있다. 바로 석가모니이다. 정반 왕과 마야부인이 부모이다. 아기는 커서 석가모니불이 되었다. 불(佛)은 깨달은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고행 끝에 새벽에 보이는 금성(金星)보고 깨달음을 성취했다. 그 후 영산회상(靈山會上)을 마련했다. 이때 부처는 연꽃을 들어 팔만 대중에게 보였다. 오직 가섭만이 그 의미를 알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를 염화미소(拈華微笑)라고 표현했다. 석가모니 부처는 꽃을 든 남자의 원조인셈이다.

 수로부인은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할 때 동행한 순정공(純貞公)의 부인이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곁에 바위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서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는 바위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수로부인이 그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누가 저 꽃을 꺾어다 주겠소?" 하고 물었으나 “그곳은 사람의 발자취가 이르지 못하는 곳입니다."라고 대답하며 모두 안 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곁으로 한 늙은이가 암소를 끌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와서는 <헌화가(獻花歌)>를 지어 바쳤다. 노인이 꽃을 든 남자이다.

 '메마른 가슴에 꽃비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 수 있게 하얗게 두 손 흔들며/ 내 곁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잡네요/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최석준'꽃을 든 남자'2절 가사) 

 각자(覺者), 노인, 최석준의 공통점은 꽃을 든 남자이다.  꽃을 들어 보이며, 꽃을 꺾어 바치며, 꽃을 들었다고 노래하는 것은 사물인 꽃이지만 입상진의(立象盡意)로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이라는 시작(始作)을 알리는 고지(告知)인 셈이다. 꽃은 시작이며 그 결과는 열매이다.

 올해 아기 석가모니의 탄생 날인 사월초파일 봉축이 음력 2월이 윤달인 관계로 오월의 끝자락 언저리에서 하게 됐다. 전국의 사찰은 일제히 미래의 부처가 탄생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연꽃 모양의 등으로 장엄했다. 드론(Drone)의 눈에는 마치 오월의 청산이 연지(淵池)가 되어 연꽃을 피운듯하다. 

 하지만 김택근 시인의<부처님을 팔지 마라〉라는 제목의 칼럼에 신경이 쓰인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 연등이 없어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특별함과 잘남을 멸(滅)하는, 그래서 부처가 오신 뜻을 새기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부처는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알려주려고 오신 것이다."라고 하여 초파일의 목적과 방향성은 결코 연등에 있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몇 번을 곱씹었다.

 그렇다. 타조는 하루를 살기 위해 몇 번씩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도망친다. 도망치다가 지쳐 더는 달리지 못하면 결국은 땅에 머리를 처박고 몸을 움츠려서 위기를 모면한다. 일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낙타는 사람을 태우며 짐을 실으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꿇어앉는다. 일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무릎은 반복되는 꿇음에 털이 빠져 굳은살이 두껍게 배겼다. 이러한 접근에서 곱게 먹물들인 잿빛 옷은 맞춰 입는 것이 아닌 기워입는 것이다. 먹물 옷은 부지런하여 손이 거친 수행 인의 일상복이어야 한다. 기운 자국이 많은 분소의(糞掃衣)가 진정한 노승의 흔적이 되어야 한다. 승려의 손은 한시도 일을 놓지 않아 두툼한 근육이 잡히는 일꾼의 손이라야 자연스럽다. 오늘도 금성(金星)은 억겁에 변함없이 그 시간에 빛나건만 깨침은 따라 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 

 마침 문수산(文殊山)에서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4박자 울음이 분명했다. 5월에 찾아와 물까치에게 탁란하는 이 새의 울음소리를 감정이입에 따라'홀딱 벗고' '흑흑흑흑' '머리 깎고' '풀빵 사줘' '허허허허'등 다르게 들린다고 한다. 필자의 감정은'물물물타(勿勿勿惰·게으름피우지 마!)'라고 들린다. 문수산 자락 '내 맏이(川上)' 숲에서 소쩍새는'솥 작다'하며 울고, 뻐꾸기는'씨를 뿌려라'하며 종일 울었다. 모두 오월의 끝자락이자 유월의 시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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