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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유네스코 산지 승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불보종찰 통도사가 문학 성지로도 거듭나고 있다. 현 조계종 종정이신 중봉 성파대종사께서 주석하고 계신 통도사 서운암은 지난 6월 24일 오전 11시 서운암 장경각에서 제40회 성파시조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대한민국 문단사에 40회를 이어온 문학상은 그리 흔치 않다. 이는 조계종 종정이신 성파 대종사께서 한국문학 그중에서 우리 고유의 민족시 정서를 간직한 시조 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찍이 나선 결과가 장엄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간 울산과 부산, 경남에 한정했던 성파시조문학상 수상자의 지역 범주를 올해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는 고려 후기부터 800년을 이어온 시조 문학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한 어른 스님의 시조문학에 대한 각별한 의지 표현이다.

 스님은 이에 앞서 이미 '화중련'이라는 문학지를 발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시조문학의 성취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한 화중련이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창간 17년 만에 통권 34호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올해 창간호 '성파시조문학'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로 39회차 시상돼온 울산, 부산과 경남 중심의 성파시조문학상 수상지역도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외에도 그간 스님의 역할을 보면 이미 4년 전인 2019년 1월 전국문학인꽃축제 참여 회원을 중심으로 통도사 영축문학회를 창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스님의 의지로 대도시 문학단체에 버금가는 일을 사찰에서 해낸 것은 훌륭한 문학적 성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축문학회 회원 수가 222명으로 확인됐다. 어지간한 문학 전문단체보다 많은 문인이 전국에서 참여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회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점차 도시에서는 시들어가는 사회적 문학이 사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일반 문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통도사 서운암은 성파 대종사께서 주석하시면서부터 다른 사찰과는 다른 일들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십 년 전 전국에 흩어진 항아리들을 모아서 된장을 담고 있다. 그 덕택으로 전통방식으로 만든 서운암 된장은 유명 브랜드가 됐다. 특히 팔만대장경을 도자기로 재탄생시킨 장경각은 불후의 작품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이 목재로 만들어져 있어 늘 화재의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시고 이를 화재 위험이 없는 도자팔만대장경으로 만드셨다. 

 또 전통 염색문화를 꽃 피우시더니 독특한 옻칠 문화의 절정인 반구대 암각화를 지난해 재현, 장경각 앞마당에 수조를 만들고 설치해 이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전통 한지 재현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이 모두가 글을 쓰는 문인들에게는 좋은 글감임이 틀림없다. 글을 통해 사찰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한다면 이보다 더한 포교방법은 없을 것이다. 

 스님이 근래 하시고 있는 일은 수년 전부터 종이책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아시고 적극적인 수집에 나섰다. 전자책의 발달 등으로 종이책이 분리수거 대상으로 취급되면서 가정에서 필요 없다고 하는 종이책을 수집해 수장고에 보관, 미래 훌륭한 사료적 가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일전에 스님께서는 “첨단문화의 발달로 종이책이 가치를 잃고 버려지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헌책으로 버려지는 것들을 소중히 할 때 훗날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플라스틱 용기에 밀려서 버려지는 옹기장독을 모은 것이 현재 서운암 보배 장독들"이라고 말했다.

 통도사 서운암에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헌책들을 수집하는 일들이 이뤄지고 있음은 대단한 일이다. 사실 팔만대장경으로 잘 알려진 불교경전은 일반적인 불교 교리서라고 보기보다는 전체구성이 문학적이라는데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중 하나인 벽암록의 가치를 말할 때도 마명스님의 불소행찬(佛所行讚)을 불교문학 제 1호라고 한다면 벽암록은 선의 진수이며 선 문학의 제1호라 할 만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가 시(詩)라고 하는 한자를 해체하면 절에서(寺) 사용하는 스님들의 말(言)이라는 것이다. 금강경 사구계 등도 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벽암록 역시 가장 요긴한 화두들을 모았으며 이는 시적 의미 즉 문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각설하고 통도사 서운암에서 시상되고 있는 성파시조문학상이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 한국 시조 문학의 세계화로 나아가는 길 위에 서 있음이다. 시조 문학의 새 역사가 통도사 서운암에서 쓰여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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