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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는 일상에서 쓰고 있는 전력 생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시에도 대규모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울주 서생면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새울원자력본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새울원자력본부는 현재 새울 1호기와 2호기 두 개 시설을 가동 중인데 이는 울산 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약 68%까지 생산한다. 본보 취재진은 울산신문 창간을 맞아 해당 본부를 방문, 울산에서 쓰이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관리되는지 직접 눈으로 접하고 귀로 들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 지난 체르노빌,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 등의 사례로 불안함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위험과 안전성에 관해서도 다뤄본다. 편집자
 

● 원전에서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원자력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는 단순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핵연료인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높은 열을 통해 생성된 증기가 거대한 터빈을 돌리고 이 힘을 전기로 바꾸는 것'이 전부다. 우라늄은 농축돼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펠렛연료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작은 크기의 펠렛 한마디는 핵분열을 통해 석탄으로 치면 15t, 석유로는 45드럼과 비슷한 열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펠렛 387개 마디가 1개의 연료봉에 들어가고 연료봉은 236개가 모여 1개의 핵연료 다발을 구성한다. 최종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에는 핵연료 다발 241개가 들어가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를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봤을 때 발전소 내부에 들어간 핵연료 다발 241개는 석탄 약 3억 3,000만t, 석유 9억 9,000만드럼과 맞먹는다.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우라늄 연료가 핵분열을 통해 발생시킨 열은 증기발생기의 물을 기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는 연결 배관을 통해 고압터빈이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되고 터빈은 증기에 의해 1,800rpm(분당 1,800바퀴)으로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2만 4,000V의 전기는 변압기를 거쳐 76만 5,000V로 승압 되고 이후 스위치야드 설비를 통해 송전탑으로 전달, 우리의 실생활에서 쓰이게 된다.

 

새울1,2호기 원전.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새울1,2호기 원전.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새울 1, 2호기(2016년 12월·2019년 8월 상업운전)와 3, 4호기(2024년 10월·2025년 10월 준공·상업운전 예정)는 설비용량 1,400㎿급 신형경수로형(APR1400) 원전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한국형 표준원전(OPR1000)과 비교했을 때 두 가지 사항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설비 용량 1400㎿급 신형경수로형 APR1400
먼저 첫째로는 설비용량 확대를 통해 발전용량이 1,000㎿에서 1,400㎿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설계수명이 40년에서 60년으로 1.5배 증가했다.

두 번째는 심층수중취배수방식을 적용해 해양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 OPR1000의 설비 방식은 표층(매립)방식이 적용돼 냉각수 취·배수를 위해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방파제 등의 추가적인 시설물 설치가 필요하다.

반면 APR1400에 적용된 심층수중취배수방식은 수심 약 15m 이상에서 저온의 해수를 발전소 냉각수로 취수하고 이를 다시 수심 약 10m 이상에서 배수하는 공법으로 방파제 등의 시설물 설치가 불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10m 이상 수심에서 바닷물이 오가기 때문에 해안선 침식·퇴적을 예방할 수 있고 온배수 확산 범위 축소로 해양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최소화되는 등 친환경적이다. 

또한 해수면 바닷물 대비 낮은 온도의 심층수를 끌어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냉각 효과 또한 더욱 뛰어나다.

새울1, 2호기 원전.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새울1, 2호기 원전.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냉각수 15m 이상 심층수중취배수 해양환경 영향 최소화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DC·Design Certification)을 취득했으며 해당 원자로형의 유럽 수출 노형인 EU-APR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까지 취득했다. 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한 것은 미국 이외의 국가 중 처음으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된 APR1400의 안전성과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에 더해 현재 건설단계에 있는 새울 3, 4호기는 선행 호기 대비 중대사고 대처 설비 추가확보와 용량 증대 등 안정성이 한층 더 강화됐다. 이는 부지 특성, 국내외 선행 원전의 경험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 조치, 규제기관의 인허가 요구사항 등이 반영된 결과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원자로 안전정지와 유지를 위한 필수 기기의 내진성능을 0.3g(7.0)에서 0.5g(7.4)으로 대폭 상향했다. 9·11 항공기 테러 사례 등을 참조해 항공기 충돌 영향평가실시 후 원자력발전소 주요 구조물인 원자로 건물 벽체 두께를 122㎝에서 137㎝로 상향해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했다.

또 전원 상실에 대비한 대체교류발전기 1개를 2개 호기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기존방식과 달리 1개 발전기를 추가 설치했다. 

이로써 새울 3, 4호기는 각각 1개씩 총 2개 발전기가 유사시 대비 역할을 하게 되며 축전지 용량 또한 기존 4,200AH(8시간)에서 7,200AH(24시간)로 대폭 늘었다.

끝으로 원자로 용기 등 주요기기 설계수명인 60년에 맞춰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 운영·관리를 위해 사용후연료저장조 용량을 기존 20년치에서 60년치로 확대했다. 마찬가지로 저장조 건물 또한 내진 1등급 설비며 대형 민간 항공기 충돌에도 구조적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다.

건설 중인 새울3,4호기.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건설 중인 새울3,4호기.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이처럼 새울원자력본부는 국제적으로 최고의 안전성을 인정받는 설계를 바탕으로 건설된 네 개의 원자력 발전 시설을 통해 울산 시민의 전력 사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美 NRC 설계 인증·유럽사업자 요건 취득 안전성 입증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폭발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수소 기체였다. 사고 당시 동일본 대지진이 일으킨 초대형 쓰나미가 원전 시설의 모든 전원과 중요 안전 설비들을 침수시켰다.

침수된 원전 시설은 냉각기능을 완전 상실, 잔열 제거가 불가능해진 원전의 핵연료는 녹아내렸으며 핵연료봉의 금속 보호막이 산화되면서 쌓인 수소가 폭발했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에 이어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새울본부의 원자력 발전시설은 자연재해로 인해 바닷물에 잠기고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오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비교적 최근에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우선 새울원자력발전소는 해일 등으로 인한 침수에 대비해 해수면에서부터 9.5m 높이에 위치해 있다. 만약 이를 넘어 바닷물이 밀려온다 해도 이에 대비한 방수문들이 설치돼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대규모 자연재해로 침수가 발생하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걱정은 없다.

국내 원전(오른쪽)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 체적 비교.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국내 원전(오른쪽)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 체적 비교.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모든 전력이 상실되더라도 3단계로 구성된 비상 전략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1단계 대응으로 24시간 동안은 다른 외부 도움 없이 내부에 이미 설치된 축전지 전원과 자체 증기로 구동되는 펌프를 활용해 원자로를 자동으로 냉각시킬 수 있다. 

2단계에서는 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인 소형 이동형 발전차 및 펌프차 등을 활용해 원자로를 냉각하게 되며 최소 72시간 동안 냉각할 수 있는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1단계 및 2단계 조치 중에도 발전소 복구를 위한 노력은 지속되며 이와 병행해 외부로부터 부족자원을 공급받는 3단계 조치를 준비한다. 3단계 조치는 인접 발전소나 외부 기관으로부터 대용량 발전차, 냉각수, 연료유, 인력, 설비 등의 부족자원을 공급해 지속적으로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한다.

한국형 가압경수로 원전과 일본 후쿠시마 비등경수로 원전 비교.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한국형 가압경수로 원전과 일본 후쿠시마 비등경수로 원전 비교.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만약 이러한 비상 대응에도 불구, 발전소 내부에서 수소가 폭발하더라도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은 발생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은 국내 원전과 달리 비등경수로를 채택하고 있다. 원자로를 철로 된 격납용기로 둘러싸고 다시 원자로 건물이 격납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해당 구조의 문제점은 작은 철제 용기가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벽이란 점으로 이는 일반 콘크리트 건물과 다를 게 없다. 

이에 비해 국내 원전은 모두 대형 건식 원자로 건물을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와 비교해 최소 다섯 배 이상 큰 체적을 가져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농도가 낮아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새울원전 건물 외벽은 1.37m 두께의 특수 콘크리트로 쌓여있으며 강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스트텐셔닝 공법이 적용돼 있다. 또 외벽 내부에 6㎜ 강철판을 덧대 수소 폭발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발전시설 내부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가 수소 발생 시 제거 역할을 맡는데 해당 결합기는 별도의 전원과 조작이 필요 없어 침수 등으로 전기 설비가 마비되더라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렇듯 수소 폭발에 완벽한 대비를 갖춘 새울 원전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건물 손상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걱정 없이 원자로 건물 안에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다.  민창연기자 changyon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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