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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 출범. 울산 동부경찰서 제공
울산 동구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 출범. 울산 동부경찰서 제공

"좀 불안하긴 하죠.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에서 많아지니까 요즘 길을 걷다보면 자주 마주칩니다. 외국인들이 모여서 다니면 겁도 나죠.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대화도 안통하니까 위협으로 느껴질때도 있구요."

울산 동구 방어동에서 20년째 거주하는 김민영(42·여)씨는 수년전부터 퇴근길에서 자주 외국인들 근로자를 만난다. 김씨는 가끔 무리를 지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저녁늦은시간 길에서 마주치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해를 끼치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김씨는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 하잖아요. 여성을 노리는 범죄도 많고. 그래도 이제 이웃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지역에 최근 조선업의 활성화로 외국인 근로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아지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16일 울산시와 동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인구 변화를 보면 지역의 외국인은 2023년 2,475명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77명 증가 대비 793.5% 늘어난 2,198명이다. 외국인은 동구지역이 1,699명으로 가장 많았고, 울주군 409명, 북구 219명 순으로 증가했다.

동구지역에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대형 조선소가 있어서다. 대형조선소에 근무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거리에서 쉽게 마주친다.

동구 관계자는 "각 주민센터의 동향을 살펴보면 가끔씩 지역민들이 외국인 범죄에 대해 우려하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그러한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며 "조선소는 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새로운 지역 이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울산지역의 4대 범죄의 외국인 피의자는 69명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69명 가운데 살인, 강도 범죄는 없었고, 절도가 23명, 폭력이 46명이었다. 울산지역의 4대 범죄 외국인 피의자는 2019년 155명에서 2021년 113명까지 감소했지만, 지난해 123명으로 다시 증가추세다.

이같은 지역민들의 외국인 범죄 우려에 대해 행정관할기관인 동구는 CCTV를 집중적으로 설치해 치안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동구지역 504개소에는 CCTV 1,572대가 설치돼있으며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외국인 기숙사가 밀집돼있는 동구 방어동에는 타 행정동보다 3배 많은 CCTV 450대가 설치돼있다. 또 공원, 어린이보호구역 등에도 495개의 비상벨이 작동중에 있다. 동구는 올해 연말까지 성끝마을, 슬도 산책로 등 9개소에 CCTV 24대를 추가적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도 지역민들의 외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치안예방활동에 나서며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이색적인 모습이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0일 현대중공업 소속 외국인 근로자 69명으로 구성된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를 출범시켰다.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 활동에는 울산 동구, 동부경찰서, 현대중공업, 남목3동·남진 자율방범대가 협업한다.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는 일주일에 3∼5번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야간 순찰을 하는 등 범죄예방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병두 울산 동부경찰서장은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는 외국인 범죄 예방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체류 외국인 사이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합동 자율방범대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승원기자 ggundle2000@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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