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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경화증으로 내원한 환자 진료를 보고 있는 제일병원 신경2과 조용진 전문의. 제일병원 제공
다발성 경화증으로 내원한 환자 진료를 보고 있는 제일병원 신경2과 조용진 전문의. 제일병원 제공

 

초기 치료시 호전되지만 재발 반복되면 장애 남아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성 질환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수초란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이며, 수초가 벗겨져 탈락될 경우 신경신호의 전도에 이상이 생기고, 해당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이같은 다발성 경화증은 초기에는 재발한 후 장애 없이 증상이 호전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재발이 반복되면 완전히 호전되지 않고 장애가 남는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될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는 환자에게서 주위 환경에 의해 일어나는 자가면역반응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것은 질병이 유전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전적 인자가 그 질병의 감수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말한다. 질병의 감수성을 결정하는 데는 하나의 우성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유전자가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주로 뇌실 주위의 백색질 및 척수 등에 염증 세포가 침투해 발생한다.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염증세포 침윤(침투)는 자가면역체계의 이상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체의 면역체계가 어떠한 기전에 의해 자극돼 자기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어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 자세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발성 경화증은 재발이 반복되고 병적인 변화가 중추신경계의 여러 곳에 산재되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즉, 다발성 경화증에 특이적인 증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질환의 증상 및 징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흔히 급성이나 아급성으로 나타났다가 서서히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서양인보다 발생률 적지만 심한 증상 더 많은 편

얼얼한 느낌, 화끈거림 등의 이상감각의 형태로 나타난다. 간혹 턱을 강하게 가슴 앞으로 당길 때 등을 타고 아래로 뻗치는 이상감각이 있을 수 있다. 운동장애는 병적인 증상이 나타난 위치에 따라 반신마비, 하반신마비 또는 사지마비 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척수 침투에 의한 하지마비가 가장 흔하고 이로 인한 배뇨, 배변, 성기능 장애도 상대적으로 흔하게 나타난다. 한쪽 시각신경염이 다발성 경화증의 초기 증상으로 흔히 발생하고, 질환이 경과되면서 동반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대뇌는 병적인 변화가 가장 잘 생기는 곳이지만, 초기에는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대부분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우울증,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질환이 진행되면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난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다수가 피로를 호소한다. 

 동양인에게 나타나는 다발성 경화증은 서양인에게 나타나는 형태에 비해 발병 빈도가 더 낮고 임상 양상도 다르다. 발병 당시 시각신경이나 척수의 침범이 많고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서양인의 다발성 경화증보다 더 흔하다.

 다발성 경화증의 진단은 환자의 병력, 신경학적 진찰을 바탕으로 결정하며, 추가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뇌 MRI), 뇌척수액검사, 유발전위검사 및 감별진단을 위한 혈액검사 등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발병일과 진행 속도, 증상의 호전과 재발, 완화 기간 등의 정보가 진단에 특히 유용하다. 

진단 위해 MRI·뇌척수액검사·혈액검사 등 필요

일반적으로 젊은 성인의 경우 시간적으로는 질병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고, 공간적으로는 중추신경계에 산재한 두 가지 이상의 병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임상 증상이 관찰된다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에 의한 병적인 변화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가장 잘 관찰된다. 또한 조영제를 투여하여 촬영하는 조영증강 MRI에서 질환의 활성도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뇌척수액검사는 다발성 경화증의 진단에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유발전위검사는 시각신경 및 척수신경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검사할 수 있으며, 가벼운 병적인 변화나 과거 병력을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타 다발성 경화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도 필수적이다.

 다발성 경화증의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장기적인 질병완화 치료, 그리고 증상완화 치료로 나눌 수 있다. 급성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의 정맥주사 요법을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급성기에 증상을 완화시키고 회복 기간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 투여할 경우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질병완화 치료를 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저용량 스테로이드 유지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질병완화 치료제로는 인터페론과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가 있다. 이들은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에서 재발하는 횟수를 줄이고, 재발 시에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차진행형으로 전환된 환자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환자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증상과 신경학적 장애를 줄여주기 위한 증상완화 치료도 시행한다.

급성기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주사 요법 일반적

조용진 제일병원 신경2과 전문의
조용진 제일병원 신경2과 전문의

다발성 경화증은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유형을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하며,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다발성 경화증이다. 약 10%의 환자는 1~2회 정도 증상의 재발과 회복을 반복한 후, 더 이상 병이 악화되지 않고 가벼운 정도의 장애만 남거나 장애가 전혀 없이 회복되며 이를 양성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발병 후 일정 기간 동안 불규칙한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신경계 손상이 점차 쌓이게 된다. 따라서 재발 후 회복되는 정도가 크게 줄어들어 증상이 악화되거나, 또는 뚜렷한 재발 없이 마치 만성퇴행성질환과 같은 양상으로 점차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이차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 중 10년 이내에 이차진행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약 50% 정도이며, 25년 이상 지나면 90%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뚜렷한 재발 없이 처음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차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방방법으로는 적절한 식이요법과 과도한 피로에 시달리는 것을 주의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잘해주어야 한다. 또한 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온을 피하고 극도로 높은 온도의 온수로 샤워하거나 반신욕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따뜻한 환경을 피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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